'번역 알고리즘 세계 1인자' 교수 "여성도 전산학 배우자"
KAIST, 지난 24일 조경현 뉴욕대 교수 발전기금 약정식 개최
전산학부 여학생 대상 장학금으로 특정해 기부
조 교수 "여성 후배들도 생물학 아닌 전산학 선택하는 사회 됐으면" 기부 이유 밝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기계 번역 알고리즘의 1인자로 꼽히는 남성 과학자가 여성 후학들을 양성해야 한다며 장학금을 기부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경현(36·사진) 뉴욕대 교수는 올해 삼성호암상의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중 1억 원을 모교 KAIST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 장학금은 전산학부 학사과정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지원이 필요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한 학생이 이 장학금의 수혜자가 되며, KAIST는 매 학기당 5명을 선발해 1인당 1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KAIST 전산학부를 2009년에 졸업한 뒤 핀란드 알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5년부터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계 학습과 AI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문장의 전후 맥락까지 파악해 번역할 수 있는 ?신경망 기계 번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 중인 대다수 번역 엔진이 조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번역 및 관련 산업계에 혁신을 가져온 공을 인정받아 지난 4월 ?2021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 1일 3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조 교수는 특히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여성 후배들의 양성을 위해 써 달라고 특정했다. 장학금의 이름을 어머니의 이름을 따 ?전산학부 임미숙 장학금?으로 지정했고, 지급 대상도 여학생으로 한정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 고등학교 교사가 됐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 두게 된 어머니의 학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후학들이 이어달라는 뜻이다. 조 교수도 KAIST학부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남학생은 전산학을 전공하고 여학생들은 생물학을 선택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조 교수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산학 분야에는 이러한 성불균형 및 고정관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면서 "최근 AI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는 다양성(diversity)과 대표성(representat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이번 기부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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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특히 "정말 작은 액수의 장학금이지만 이 장학금을 받는 여학생들이 추후 어머니와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에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전과는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머니의 성함을 딴 장학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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