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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도 와서 일해 달라"...인테리어 시공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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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조립을 돕고 있는 본지 김종화 기자(오른쪽).

가구 조립을 돕고 있는 본지 김종화 기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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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거실 가득 쌓인 자재 박스를 풀어 작업할 곳으로 옮겨 놓고, 가구를 조립하면서부터 일이 시작됐다. 가구를 조립하는 인부를 곁에서 5분 정도 도운 것뿐인데 땀이 비오듯 흐른다. 잠시 땀을 닦는 사이 같이 호흡을 맞추던 인부는 다른 가구 하나를 혼자 뚝딱 조립하고, 벌써 다른 가구 박스를 펼치고 있다. 숙련된 노동자의 손은 그만큼 빠르고 정확했다.


올해로 19년째 인테리어 시공기사로 일하면서 한샘에서는 7명뿐인 ‘시공명장’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한 단호철(43)씨는 벽을 보고 작업을 하면서도 인부들에게 작업지시를 척척 내렸다. 눈이 머리 뒷쪽에 달린 것 같은 정확한 지시에 4명의 인부들은 바삐 몸을 움직였다.

23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공현장. 118㎡(35평형) 규모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끝내고, 이날은 주방가구와 붙박이장 등을 설치하는 첫 날이다. 시공기사 단씨 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최근 일손이 부족해 숙련공 한명이 다른 팀으로 지원을 간 상황에서 집 안의 모든 가구제품에 대한 설치와 마감까지 이틀 만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단씨는 "올들어서도 4월까지는 정신 없이 바빴다. 비수기가 되면서 일이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꽤 많은 편"이라면서 "작년에는 계약 후 시공까지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됐지만 요즘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한 달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단호철 인테리어 시공명장. [사진제공=한샘]

단호철 인테리어 시공명장. [사진제공=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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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해 작업시간이 더 늘어났다. 예전에 하루에 해치울 수 있었던 작업분량이지만, 요즘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기도 한다. 단씨는 "토, 일요일은 쉬고 싶은데 쉬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초보자들도 일할 수 있으니 와서 일하면서 배워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시공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리모델링의 품질을 결정하는 최종 평가기준이 ‘시공’이고, 붙박이장 등 고정할 가구의 배열이 한치라도 어긋나면 모든 작업을 다시 해야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상담→설계→자재·가구 선정→납품→시공’의 과정을 거친다. 오늘처럼 118㎡ 아파트 한 가구를 전부 리모델링할 경우 드는 비용은 5000만~1억원 사이. 리하우스디자이너(RD)와의 상담 과정에서 어떤 자재와 가구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비용이 결정되고, RD의 설계에 따라 자재와 가구를 선정·납품받아 시공을 하게 된다. 시공은 단씨처럼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시공기사들의 지휘에 따라 이뤄진다. 단씨가 시공하는 인테리어 리모델링 건수는 매월 20여건, 연수입은 1억원이 넘는다.

인테리어 시공기사는 대부분 프리랜서다. 단씨와 같은 명장은 시공 건당 고액의 수수료를 받고 시공을 책임진다. 단씨와 함께 움직이는 인부들의 평균 일당은 숙련도에 따라 20만~50만원선으로 차별화된다. 한샘 관계자는 "초보자들도 하루 최소 10만원 이상은 받는데 1~2년 정도 시공경력을 쌓으면 연간 4000만~5000만원 정도 수입이 되더라"고 전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수요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약 41조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6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용철 한샘리하우스 분당수내점 대표는 "일 잘하는 숙련공은 서로 모셔가려고 하기 때문에 몇 달 뒤까지 일거리가 쌓여 있는 실정"이라며 "일거리는 점점 더 늘어나는데 숙련공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샘 관계자는 "지난해 RD 양성에 집중해 왔는데 인테리어 시공인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다"면서 "현재 4000여명의 시공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올들어 초보 시공인력을 양성하는 한샘아카데미를 설립했고 연말까지 6300여명의 시공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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