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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쌍둥이 세상: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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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간과 연계되는 사이버물리시스템
시뮬레이션 결과 현실에 반영
車 안전테스트·임상실험에도 쓰여
제대로 된 물리적 속성 반영이 관건
자연·기초 과학 중요성 증대돼

[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쌍둥이 세상: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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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미리 살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어린 아이부터 성공한 기업가까지 모두 바라는 희망이다. 어떤 행동의 결과를 미리 알고 앞으로 닥칠 일을 대비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측이 현실의 결과와 일치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우리의 예측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작은 칩을 사물에 넣어 센서를 통한 인식과 통신,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IoT 기술은 사물과 그 사물이 놓여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동적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능과 연계돼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유추하고 예측해 대응하는 게 사물 지능화다. 인공지능(AI) 에어컨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원리는 같다. 얼마나 많은 센서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얼마나 복잡한 상황에서 여러 기능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기술 수준이 다를 뿐이다. 사물의 지능화는 여러 지능화된 사물이 작동하는 공간의 지능화로 발전하고 있다. 사물과 공간의 본질·특성과 동적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화다. 이는 사이버물리 시스템, 혹은 디지털 트윈이라고 불린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물리적 시스템과 컴퓨터상에 존재하는 사이버 시스템이 서로 연계되고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한 물리적 사물 및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인지하고 반응하는 지능화에서 한 단계 발전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문제 해결 및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물리적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융합을 추구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스마트 팩토리는 물론 교통, 안전, 환경, 재난재해 관리 등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시티에 사이버물리 시스템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4년에 시작돼 2019년에 완성된 싱가포르의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가 있다. 도시 전체를 3D로 가상화해 도시의 자원과 서비스를 분석하며 관리하고 도시 시설의 변화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 공기의 흐름을 분석해 건물 배치를 조정하고 지역 전체가 통풍이 잘 되도록 설계한다. 건물의 그림자 변화를 분석해 최적의 위치를 선정하고 태양광 패널의 설치 방향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까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 시내 모습을 3차원 공간 정보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시뮬레이션 기능은 미약하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으로 인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가 현실과 같은 수준의 디지털 트윈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비행기 엔진을 디지털로 그대로 복제하고 데이터로 연결해 엔진의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기능상 문제점 등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보였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객체(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복제한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객체의 움직임과 작용·반작용의 결과로 측정되는 수치와 형상을 동일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대상 객체를 묘사하고 객체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당 객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거나 운영 최적화 조건을 알려주는 등의 영역에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안전 테스트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사용된다. 자동차에 인형을 앉혀 충돌 테스트를 할 때마다 새 자동차를 사용해야 하지만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의 벽체에 가상의 자동차를 충돌시키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쓰면 자동차를 한 대도 망가뜨리지 않고 수십, 수백 번의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자동차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가상으로 안전 테스트를 해보면서 가장 안전한 설계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진화하면 실제 사물 대신 소프트웨어로 현실과 동일한 가상화 사물을 만들어 모의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사물의 상태, 기능, 동작 시나리오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 사물의 설계나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물리적 객체를 묘사한 디지털 모델에서 역으로 디지털 모델을 묘사한 물리적 객체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미국 공군은 20년 만에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해 시험 비행을 했는데 설계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첫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본래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건 디지털 트윈,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설계하고 가상의 비행기를 구축해 테스트한 후 실물 크기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디지털 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물리적 객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개발 기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인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최근 제약 회사들은 임상실험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약물이 인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시뮬레이션하고 디지털 인체를 대상으로 신약 임상실험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제약 회사들은 임상실험 없이도 신약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로 가상 인간이 복제된다면 이후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정한 질병이 인체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특정 약물에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사전에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말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화학, 자동차, 조선해양 등 국내 3개 제조업 현장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전 공정에 가상현실 기술을 연동해 가상융합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 문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실의 객체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속성과 작용을 디지털 수치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물리적 속성과 작용의 수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물리적 법칙을 모델링 할 수 있는 수식도 알아내야 한다. 이는 자연과학과 기초 과학의 분야다.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수 없는 것이다. 기초 과학이 강한 국가들이 디지털 트윈을 선도하는 이유다. 디지털 기술과 기초 과학의 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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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미래학회 부회장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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