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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0대 아재의 '아제' 백신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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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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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운 좋게 기다렸던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 제네카)을 맞았다. 잔여 백신 접종 희망자 대기 명단에 올렸다가 접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예상과 달리 더 아팠지만 일상 복귀를 위한 든든한 무기를 얻었다.


◇고군분투 획득기

지난달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돼 이른바 '노쇼 백신'이 생긴 후 기회만 노려 왔다. 다들 그렇지만 백신이 간절했다. 가족들의 안전이 달려 있다. 아이들의 등하교 외엔 유일하게 바깥 생활을 하니 더 조심스러웠다.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인척들을 장기간 못 보는 것도 고통이다.


잔여 백신 소식을 듣자 마자 집 근처 병원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기다려 보라는 말만 돌아왔다. 회사 근처 병원들의 대기 명단에도 올렸지만 순위가 한참 밑이었다.


그러다 앱이 만들어졌다. 한도인 5군데 다 등록을 해 놓았다. 어림도 없었다. 매 시간 마다 주식 투자 하듯 들여다 봤다. '접종 가능한 병원'은 늘 제로였다. 한 번은 모르는 전화 번호가 찍혀 있어 확인했더니 병원이었다. 아뿔싸, 늦었구나. 아니나 다를까 이미 다른 사람이 채갔다. 등록해 둔 병원에서 백신이 남았으니 신청하라는 앱 메시지를 3차례 받았지만 모두 '광클'에 당했다. 이젠 가망이 없나 싶었다. 40대에게도 백신 접종 기회가 온다는 8월 이후를 기다려야 하나.

그러던 중 갑자기 기회가 찾아 왔다. 지난 11일 퇴근 중 오후 4시50분쯤 집 근처 병원에서 백신이 남았으니 맞으러 오라고 했다. 냉큼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시간 대로 봐서 아마도 내가 그날 마지막 행운인 듯. 백신 맞은 후 사망한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서 병원으로 향하니 없던 공포가 생겼다. 이 사람들처럼 나도 잘못되는 거 아냐? 대규모 접종 와중이다. 사망 원인과 백신과의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보도를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부작용이 아니라 겁나서 죽겠다.


다행히 한적한 병원이라 접종 시간이 짧아 겁 내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문진 후 주사를 맞고 30분간 대기하다 집으로 갔다. 간호사들은 계속 접종 문의 전화로 바빠 정신을 못 차렸다. 집에 와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 백신 맞은 남자야!"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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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군분투 투병기


11일 오후 5시30분쯤 백신을 맞고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자랑했다. 열이 나야 면역력이 생기는 거라는 말에 슬슬 조바심이 생기기까지 했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약간의 주사 부위 통증 외에는 정말 아무 일 없었다. 그런데 주사를 맞은 지 10여시간이 지나자 '그 놈'이 왔다. 주사 통증이 심해져 팔을 들어 올리기가 힘들어지더니 몸살이 시작됐다. 오한 등 초기 증상과 열이 났다. 피로감과 무기력함에 하루 종일 아무 데도 못 가고 누워 있었다.


한동안 38도 안팎의 고열에 시달렸다. 심할 때는 까무룩한 느낌과 함께 숨쉬기가 다소 힘들었다. 일부러 심호흡을 계속하니 좀 나아졌다. 침대에 누워서 반 혼수 상태에 빠져 있다가 뭔가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는 것을 반복했다. 보건 당국의 권고대로 타이레놀을 계속 복용했지만 열은 내리지 않고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제야 알아 보니 나처럼 타이레놀(아세트 아미노펜 성분) 이 듣지 않는 사람은 이부프로펜 등 다른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단다. 덕분에 몸으로 그냥 견딘 셈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도봉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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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내내 오한이 오고, 열이 나다 땀이 나면 다소 체온이 떨어져 컨디션이 회복되는 일이 반복됐다. 어제 오후가 되서야 열이 37도 중반대로 살짝 떨어지면서 한숨 덜었다. 특히 남들은 길어야 40여시간이 지나면 씻은 듯 나앗다는데, 60시간이 넘어 가고 있는 14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증세가 남아 있다. 미열과 약간의 두통·근육통·어지러움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 전 체온은 37.2도. 미열 수준이다. 버스 안에서도 식은 땀이 났다. 여태 이렇게 심한 몸살 감기나 독감은 앓아 본 적이 없다.


다음 2차 접종일은 8월27일. 미국 사람들 중엔 고통 때문에 2차 접종 안 맞겠다는 이들이 많다던데, 살짝 공감이 된다. 다소 공포스럽다. AZ백신의 2차 부작용이 좀 덜하다는 말만 믿는다. 어쨌거나, "나 백신 맞은 남자야!"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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