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사건 부실수사 의혹 진상조사 결과 발표
담당 수사관 檢 송치…팀장·과장은 수사심의위 회부
이 전 차관·택시기사도 검찰 송치…증거인멸·교사 혐의
조사단 "통화내역 8000여건 분석했으나 외압 정황 등 없어"

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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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당시 사건 담당이던 서초경찰서 수사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직속상관인 형사팀장과 형사과장은 혐의가 명확지 않아 경찰 수사 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밖에 부정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냈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담당 수사관 A 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이 전 차관에 대해서도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택시기사 B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으나 폭행 사건 피해자인 점과 가해자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 등을 참작 사유로 덧붙이기로 했다.

조사단은 “이 차관과 택시기사를 포함한 91명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12대와 PC 17대, 서초서 CCTV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했다”면서 “조사 대상자의 통화내역도 확보해 분석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진상을 규명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A 경사가 폭행 사건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를 봤음에도 보고를 누락했고 직속상관인 팀장과 과장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서초서장을 비롯한 팀장, 과장은 해당 사건이 경찰청 훈련 범죄 수사규칙상 보고대상 사건임에도 보고를 누락해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사건처리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감찰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명백히 확인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며 "팀장과 과장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지 못해 혐의가 불명확한 상황이라 심의위에 회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총 책임자인 서초서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긴 했으나 사건을 묵살한 정황 등이 드러나지 않아 처음부터 형사입건되지 않았다.

조사단은 이 사건 처리 당시 A 경사와 팀장, 과장이 이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윗선에는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는 허위 보고가 이뤄졌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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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서울청 생활안전계 직원이 서초서 생활안전과 C 경위에게서 사건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사실도 확인했으나 해당 직원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사건을 맡은 서초서 형사과에선 서울청 수사부에 해당 내용을 한 번도 보고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선 "당시 보고는 사안에 대한 공유 성격으로 담당자 사이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실무자끼리 이야기 한 것을 상급기관 보고로 볼 순 없고 보고서가 작성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휴대전화·사무실 PC,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봤고 이 차관과 서초서장 등 관련자들의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31일 사이 휴대전화 통화내역 8000여건을 분석했다. 이후 가능성 있는 수신자 57명을 선별해 조사했으나 이 같은 정황을 찾진 못했다. 이 차관이 전·현직 경찰이나 서초서장, 사건 담당자 등과 통화한 내역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차관의 통화 내역을 토대로 경찰과 직접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담당자와 사전 일정 조율을 한 것 외엔 통화한 사실이 없었다"면서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통화 사유, 관계, 사건개입 여부 등을 자세히 확인했으나 모두 외압·청탁 행사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의 구체적인 신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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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해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담당 수사관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봐주기 의혹에 불이 붙었다. 사건 당시 이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을 경찰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거세졌다. 경찰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지난 1월부터 약 5개월간 진상조사와 수사를 벌여왔다. 이 차관은 취임 6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사임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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