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대척점에 선 두 후보…누가 돼도 후폭풍 예상돼
여론조사 격차 1∼2%P '초접전'

게이코 후지모리(왼쪽)와 페드로 카스티요(오른쪽)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게이코 후지모리(왼쪽)와 페드로 카스티요(오른쪽)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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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페루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선 투표에 참여하는 두 명의 후보 모두 반감이 크고 서로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페루 대선 결선은 6일(현지시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와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가 맞붙을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이념적 차이가 크고 개인별 비호감도도 높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은 결국 '차악'을 뽑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경력 거의 없는 포퓰리스트 '카스티요'

먼저 좌파 정당 자유페루당의 후보인 카스티요는 정치 경력이 거의 없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페루 북부 카하마르카의 농촌에서 태어나 교육학을 전공한 후 고향 초등학교에서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2017년 페루 교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어 2002년 지방 소도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것이 유일한 정치 경험이었다. 그로부터 18년 후인 지난해 10월 카스티요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자유페루당의 후보로 선거에 나가게 됐다.


18명의 후보가 참가한 이번 대선에서 카스티요는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선거 몇 주 전부터 상승하며 4월 11일 1차 투표에서 19%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카스티요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페루의 우익 정치권과 보수 세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카스티요의 정당 자유페루당은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세금 대폭 인상, 국유화, 좌파적 이념을 대거 담은 새 헌법 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어 보수 진영의 긴장을 사고 있는 정당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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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몇년 간 페루의 장기 불황이 지속되며 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진 좌파 진영의 정권이 탄생하면 페루의 위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수 진영은 우려하고 있다. 최근 달러-솔화 환율은 3.86솔까지 치솟아 지난해 1월 이후 1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코로나19 대유행이 페루의 경제 위기를 악화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페루 수도 리마의 길거리 곳곳에서는 카스티요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베네수엘라에서 살고 싶습니까?"라는 내용의 광고판이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페루 국민의 3분의 1 가량이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대두됐고 이에 시민들이 카스티요를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줄 지도자로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총 인구 중 빈곤층 비율을 10%가량 늘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빈부격차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기득권층이자 전직 대통령의 딸 '후지모리'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카스티요와 달리 후지모리는 유력 보수정당 민중권력당 대표이자 대선 3수생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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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부모의 이혼 후 19세의 나이에 페루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딸 후지모리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011년과 2016년 대선 모두 결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던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지만,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1차 투표에서 13.4%를 득표해 세 번째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처럼 정계에 오랜 기간 몸담아왔으며 친기업, 시장경제 정책 추진을 표방하는 그는 카스티요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결선 투표에 오른 것이다.


한 전직 장관은 "카스티요의 부상은 경제계와 상류층에 상당한 위협이 됐으며 이들은 후지모리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딸 후지모리 역시 아버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인권 범죄와 부패 전력, 그리고 자신의 부패 혐의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이다.


현지 정치분석가는 "(이번 선거는) 최악의 인물 간 경쟁"이라며 "그나마 덜 최악인 사람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스티요와 후지모리 모두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한 듯 서로 '반(反)공산주의'와 '반후지모리주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페루는 좌파 정권교체를 이루고 중남미 좌파 블록은 힘을 얻게 된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승리할 경우 페루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 대통령이 된다.


여론조사는 '초접전'…부동층 20%에 달해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선 투표 판세는 초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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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카스티요가 결선 여론조사에서도 앞서고 있는 상태지만 격차는 최근 1∼2%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엘코메르시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스티요는 51.1%의 득표율을, 후지모리는 48.9%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 결선투표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비율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표심을 가져가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페루의 정치 혼란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진정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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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페루에선 2016년 대선 이후 무려 4명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당시 대선에서 후지모리를 꺾은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부패 스캔들로 탄핵당했고, 부통령으로서 자리를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도 부패 의혹 속에 지난해 9월 탄핵을 당했다.


비스카라의 빈자리를 메운 마누엘 메리노 전 대통령도 격렬한 탄핵 항의 시위 속에 닷새 만에 물러났다. 이어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대통령이 지금까지 임시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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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결선의 승자는 오는 7월 28일 사가스티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5년간 페루를 이끌게 된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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