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전년 대비 25% 이상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 시청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수준의 공급 대가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의 협의에 나서라."
지난주 IPTV를 운영하는 통신 3사가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CJ ENM을 향해 내놓은 성명에 홈쇼핑업계가 쓴웃음을 지었다. 입장문에서 당사자를 바꿔 "IPTV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9.3%씩 홈쇼핑 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를 인상했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왜 수익을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에만 의존하려 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온 플랫폼업계와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논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TV홈쇼핑·T커머스사들은 매년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들과 협상을 통해 방송채널을 할당받고 이에 대한 송출수수료를 지급한다. 지상파 등 시청률이 높은 채널에 가까이 배정받을수록 고객 유입률이 높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높은 수수료가 책정된다.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한정된 인기 채널을 차지하기 위해 홈쇼핑사들은 매년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입찰 경쟁을 벌일 뿐이다. 이로 인해 홈쇼핑업계 전체의 송출수수료는 2014년 1조원을 넘어선 이래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기준 TV홈쇼핑 사업자의 방송 매출액 3조1495억원 가운데 송출수수료(1조5497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49.2%로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홈쇼핑산업이 반짝 특수를 누렸다지만, ‘번 것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내야 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반면, 홈쇼핑업체들이 TV 채널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7개 홈쇼핑업체의 TV 방송 취급고(총매출액) 비중은 2016년 50.8%에서 2017년 48.9%, 2018년 47.0%, 2019년 46.3%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시장 등으로 옮겨간 탓이다.
홈쇼핑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송출수수료가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그만큼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로 부담이 전가되고, 이는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홈쇼핑 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IPTV 업계인들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이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유료방송 생태계 전체가 공멸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정부는 그동안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 간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송출수수료 논란을 방관해 왔다.
과기정통부가 27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홈쇼핑 채널 정책,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 현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단번에 묘책이 나올 리도 없고, 그 과정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이제라도 정부는 적절한 개입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홈쇼핑산업 이해관계자들 또한 스스로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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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소비자경제부 차장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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