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커버리 도입시 반도체 中企 다 죽는다”…권칠승 장관 간담회서 성토
24일 경기 화성 에버켐텍서 간담회…'소부장' 대표 6명 참석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지적 잇따라…"특허전쟁 휘말릴 수도"
반도체 SW인력난 우려도…"양성 규모 키워야"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한국형 증거수집제도(K-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살아남을 국내 반도체 장비사는 없다고 봅니다.”
반도체 장비사 오로스테크놀로지의 이준우 대표는 24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현장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는 ‘특허 태클’이 많지 않은 수준이지만 법안 시행 시 국내 반도체사들이 소송에 걸리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화성에 위치한 에버켐텍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권 장관을 비롯해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박상준 엑시콘 대표 등 소부장 기업 대표 6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는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업 현장에서 특허 침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고의적인 증거 훼손 등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허청 등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영업비밀 등으로 인해 증거 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특허소송 당사자 간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법원에 현장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기업인들은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특허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업계 후발주자라서 관련 기술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공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는 “(한국형 증거수집제도가) 법제화되면 외국 기업들이 소송을 걸만한 사례가 너무 많다”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에 일일이 대응할 자본 등의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소부장 강소기업 100’ 사업에 선정된 기업 중 제도의 혜택을 입는 곳은 1~2곳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성토에 권 장관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그런가”라며 관심을 기울였다. 권 장관은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제도(한국형 증거수집제도)가 도입되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도 입장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장 대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라며 “기술탈취를 둘러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분쟁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해외기업과 국내기업의 경쟁”이라고 답했다. 제도의 취지 일부가 중소기업의 혁신기술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실제 도입시 외국 기업이 제기하는 소송전에 시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인력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박성준 엑시콘 대표는 “반도체 하드웨어(HW) 인력과 소프트웨어(SW) 인력은 균등하게 필요한데 SW 인력이 정말 부족하다”면서 “고급인력은 중소기업이 데리고 올 여력이 없고 회사에서 키우면 대기업이 데려간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SW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양성 규모를 키워야 한다”라며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도 특화된 재교육을 받고 중소기업 취업을 연계해주는 등의 SW인력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 장관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을 재교육하는 방안과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면서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정원을 늘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육부에서 과 정원을 재조정할 시 상당 부분을 SW 인력으로 배치하고 석사 과정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SW 인력난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문제 해결에 전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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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기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들을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정책에 반영하고 소부장 강소기업 현장방문 등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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