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에 일희일비, 타이밍 놓칠라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

'월요병' 대신 '코인병' 앓이
업무 능력 떨어지고 후유증도

월화수목금코인....'코인좀비'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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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잠깐이라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잠도 거의 못 자고 출근했죠."


10년차 직장인인 신대영(37·가명)씨는 24일 월요일 출근길이 어느때보다 피곤하다. 주말을 쉬고 월요일 출근이 두려운 ‘월요병’이 아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그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붙어있다. 업무 때문이 아니다. 가상화폐 시세판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회사에 출근을 해서도, 퇴근 후 집에서도 하루종일 가상화폐 시세판만 바라보며 매수, 매도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해외 스포츠를 생방송으로 보느라 지쳤지만 지금은 가상화폐 투자에서 기인한 ‘코인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신씨가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은 2억원 남짓.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1000만원대 수익을 보며 달콤한 상상에 빠졌던 것도 잠시, 이미 70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가상화폐 규제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돈을 더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에 빠졌다. 신씨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2030세대 사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판에 빠져버린 이른바 ‘코인좀비’가 양산되고 있다. 시세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거래소의 앱 알림을 켜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근무 시간에도 여기저기서 수시로 알람이 울린다. 직장이든 외부든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시세판을 보며 사고파는 걸 고민한다. 가격제한 폭이 없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시장의 특징 때문이다. 주식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자비한 변동성이 있는 데다가 상한가나 하한가도 존재하지 않아 하루만에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기도 한다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27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 업무 모니터에 코인 뉴스가 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27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 업무 모니터에 코인 뉴스가 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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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자 사이에서는 모니터를 추가 구매하는 일이 많다. 업무용 모니터는 따고 두고 나머지 1,2대는 주식과 가상화폐 거래창을 띄워놓고 일과 투자를 겸용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대부분이 분초, 일 단위 초단기투자자이다보니 업무와의 병행이 어렵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다보니 사기업에서 이를 막거나 자제하라고 할 수단이 없다"면서 "업무능률도 걱정이지만 과도한 몰입, 중독에 따른 후유증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전지영(29)씨는 "가상화폐는 거래 자체가 24시간 돌아가다보니 언제 어디서 급락하고 또 반등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특히 최근 급락이 이어져 매도를 노리고 있었는데, 잠시 반등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그 후로는 계속해서 시세판만 쳐다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상화폐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2030세대는 가상화폐 시장의 주류가 됐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4%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4명 꼴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대가 49.8%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37.1%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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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신규 실명계좌를 만든 이용자 수는 총 249만5289명인데, 이 가운데 20대가 81만6039명(32.70%), 30대가 76만8775명(30.80%)으로 전체의 63.51%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미 고점을 찍었거나, 오르고 있더라도 상승폭이 둔화된 종목이 많다보니 큰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도 투자자의 절반이 넘는 52.5%는 손실을 기록했고, 1인당 평균 손실액은 41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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