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있는데도 반복되는 어린이집 학대…무엇이 문제일까
국공립 어린이집서 또 교사가 아이들 학대
음식 억지로 먹이고, 머리채 잡고 흔들어
전문가 "교사 대상 학대 예방교육 절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지 6년이 지났지만, CCTV가 학대 예방에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보육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소재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2명이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교사 A씨는 어린이집에서 2, 3세 아이 14명을 담당하며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등 학대한 의혹을 받는다. 같은 반 교사 B씨는 A씨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피해는 지난 11일 한 부모가 "선생님에게 맞았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어린이집을 찾아가 CCTV를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아이를 발로 밟거나,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에게 음식을 토할 때까지 먹이고, 아이가 싫어하는 곤충 모양 장난감을 옷 속에 넣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 C씨는 SBS와 인터뷰에서 "(가해 교사가 아이의) 목을 젖혀 놓은 상태로 계속 (음식을) 넣었다. 1분 동안. 토를 하는데 그대로 또 먹였다. 결국 아이는 자지러지면서 울었다"고 말하며 분개했다.
CCTV 영상을 학부모와 함께 지켜본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11일 A씨와 B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두 교사를 권고사직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CTV 분석을 마친 뒤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서울경찰청 아동특별수사팀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 아이들은 매트 위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영상을 보고 있다. 이 보육교사들은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이 돌보는 일이 보통 일 아닌 것은 알지만, 반복되는 아동 학대 사건에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시설에 보내기 불안하고 화가 난다"고 분노를 표했다.
올해만 해도 경기 의정부, 인천,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어린이집 교사, 원장 등 관계자가 아이들을 학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의 학대 행위는 대부분 시설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CCTV만 있어서는 아동 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는 지난 2015년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되었다. 또 보호자는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 원본을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5년 이후 되레 꾸준히 증가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 2015년 432건에서 2019년 137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아동 학대 문제 관련 CCTV 설치만으로는 안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20대 김 모 씨는 "CCTV가 있어도 오랜 시간 노출 되다 보니 생활하면서 인식하고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아동학대 문제는 결국 교사의 인성 문제"라며 "경각심이 무뎌져 이런 일들이 잊을만하면 발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보육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CCTV가 있는대도 왜 아동학대를 하느냐, 가해자들은 그 순간에 의식을 못 한다. 사람이 항상 긴장하고 살지 않기 때문에 습관처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대 행위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학대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학대에 대한 인식 변화의 영향"이라며 "아동 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올라가고, 이전에는 학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 신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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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에 대한 학대 예방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가해 교사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40·50대가 많은데, 아이들이 싫어서 학대하는 경우보다는 자신의 행위가 학대인지 몰라서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예전 같은 경우는 그걸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행위들이 학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고, 성희롱, 성추행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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