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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사모펀드의 은행 인수, 왜 반대가 극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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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이익 극대화하는 사모펀드
금융사 체질 취약해질 가능성
차익 챙겨 철수하는 '먹튀' 논란도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피해자 보호 분쟁 조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피해자 보호 분쟁 조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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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사모펀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립니다. 일반 기업들이 비싼 가격에 인수를 꺼릴 때 사모펀드가 입찰하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유독 비판적으로 다뤄집니다. 금융회사를 인수할 땐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고요. 활발한 M&A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왜 사모펀드만 부정적 시선을 받을까요?

사모펀드란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아 꾸리는 공모펀드보다 자유롭게 돈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을 사고 팔죠. 주식지분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사고팔 수도 있습니다. M&A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사모펀드가 수익을 내는 전략입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나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비대하고 부실한 기업이 빠르게 정리되는 순기능도 있고요.


다만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높이려 하다 보니 부작용이 뒤따릅니다.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워집니다.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쉬운 사업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대대적인 정리해고도 잦아집니다. 인건비를 줄여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죠.

그런데 은행이나 캐피탈, 저축은행 같은 금융산업은 민간기업이지만 국가 기반산업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성과 파급력이 막대합니다.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대기업부터 생활자금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에까지 영향을 끼치죠. 거기다 하나의 금융사가 망가지면 다른 금융사에도 피해가 전달됩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 금융 시스템이 삐걱댈 위험이 있죠.


만약 사모펀드가 단기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수한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급격히 정리하고 대출금리를 높여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금융사의 수익은 높아지겠지만 대출수요자는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막대한 이익을 높은 비율의 배당을 시행해 현금화한다면 차익은 사모펀드가 챙겨가게 되고요. 구조조정과 단기수익전략을 통해 금융사의 가치를 키우고 되팔면 사모펀드는 막대한 차익도 챙기게 됩니다.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 때마다 ‘먹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입니다.


금융사 인수 뒤 단기차익 얻고 철수…사모펀드 부정적 인식 커져

과거 한국에서 사모펀드가 금융사의 단기거래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던 것도 부정적 인식을 키운 요인입니다. 1999년 해외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은 5000억원에 제일은행을 인수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제일은행에 공적자금만 10조원 가량을 투입했는데 뉴브리지캐피탈은 5년 만에 1조1500억원의 차익을 얻고 팔아버리죠. 당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죠.


미국의 사모펀드인 칼라일은 그룹은 JP모건과 컨소시엄을 꾸려 2000년 한미은행을 45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4년 뒤 씨티그룹에 재매각하며 6600억원의 차익을 냈는데 역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했었죠. 5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냈는데 인수자격, 헐값매각 논란이 컸습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분쟁소송(ISD)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고요.


현재 진행 중인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의 매각 절차를 반대하는 이들도 매수자가 사모펀드가 세운 금융사라는 점을 우려합니다. J트러스트는 국내 JT캐피탈과 JT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VI금융투자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VI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가 세운 금융사죠.


이에 JT저축은행 노조 측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가 인수한 사업장은 공식처럼 구조조정과 고율 배당이 뒤따른다"며 "저축은행이 서민예금을 기반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곳이라면 사모펀드의 매각 입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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