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비밀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스러운 사연
평범한 인물들 위기 담은 6개 단편
사람으로부터 얻는 따뜻한 힘 엿봐

[빵 굽는 타자기] 가장 약해진 어느날, 문득 찾아온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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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배경이 있고 가족이 있다. 난임부부, 실직을 앞둔 가장, 갑작스레 생부의 존재를 알게 된 소녀, 배우자와 사별한 중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임산부, 인기가 떨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새 소설 '우리집 비밀'은 저마다의 비밀스럽고 딱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6개의 단편을 통해 그려낸다.


살면서 누구나 가장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 어떤 힘이 다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인력(引力)이 아닐까. 이 책에선 그 알 수 없는 힘의 정체를 조금 엿볼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 '충치와 피아니스트'에선 좀처럼 아이를 갖지 못해 고심 중인 치과 사무원 아쓰미가 환자로 온 유명 피아니스트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환자인 피아니스트는 한때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유학과 이혼 등으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이제는 오히려 평범하고 담백해졌다. 아쓰미는 손주를 안겨달라는 시어머니 성화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평소 팬이던 피아니스트의 담담한 삶과 연주에서 단단한 위로를 얻게 된다.

'마사오의 가을'에는 승진 경쟁에서 입사 동기에게 밀려나 은퇴하게 된 쉰 세 살의 샐러리맨 마사오가 등장한다. 그간의 실적이 월등한 자신을 제치고 사내 정치에만 능한 가와시마를 선택한 회사의 결정이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그는 좀처럼 우울하고 분한 감정을 떨치지 못한다. 공식 인사 발표에 앞서 회사의 배려로 떠밀리다시피 여행을 떠난 마사오는 예기치 않게 여행지에서 경쟁자 가와시마의 부친상 소식을 접한다. 마사오는 가와시마의 부친상 상가에서 의도치않게 그의 친척들, 그의 어린 시절, 그를 만든 역사와 분위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순간 마사오는 가와시마에 대한 껄끄러움과 미움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낀다.


'편지에 실어'에서는 주인공 와카바야시의 어머니가 쉰 세 살 이른 나이에 뇌경색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신다. 와카바야시 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의 아버지. 슈퍼맨 같이 강하던 아버지가 심한 충격에 우울증에 빠지자 와카바야시는 크게 걱정을 하게 된다. 이때 의외의 인물이 도움을 주는데, 바로 와카바야시의 직장 상사인 이시다 부장이다. 1년 전 아내와 사별한 이시다 부장은 와카바야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아버지에게 두툼한 손편지 한통을 보낸다. 누가 뭐라고 위로해도 우울하게만 지내던 와카바야시의 아버지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시다의 편지 한 통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된다. 이외에도 '안나의 12월', '임신부와 옆집 부부', '아내와 선거' 등의 단편을 통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느끼게 되는 평범한 얼굴을 한 위기의 순간을 따뜻한 필치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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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나오키상을 비롯해 요시카와 에이지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등 내로라하는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휩쓴 인기 작가다. 국내에서도 '공중그네'와 '오 해피 데이' 등이 베스트셀러로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그는 한국에도 여러 번 다녀간 지한파 작가로 알려져 있다. 데뷔 초기에는 이른바 '이라부' 시리즈로 알려진 유머 소설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 '한밤중에 행진', '남쪽으로 튀어', '면장 선거' 등과 같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이면서도 해학적인 필치로 그려 내 주목을 받았다.

(우리집비밀/오쿠다히데오/재인)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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