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딸깍발이]인간은 선하다, 정치인·뉴스가 악인을 만들뿐
38명 앞에서 칼에 찔린 여성, 주민들 "관여하고 싶지 않다"
잘못된 언론보도가 사실 왜곡, 실제론 피해자 구하러 달려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그동안 당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상식과 사실들이 모두 거짓이라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당신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잘못된 사실'들을 지금도 받아들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카인드-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가 인간에 대한 당신의 끔찍하고 비관적인 시각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1964년 3월13일 새벽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스물여덟살 여성 키티가 칼에 찔렸다. 키티는 "나는 칼에 찔렸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비명소리에 수십명의 이웃이 마치 리얼리티쇼를 보는 것처럼 창문 밖으로 내다보고 있었으면서도.
시람에 대한 비관적 시각 고발
신고자 중 한 사람은 나중에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I didn't want to get involved)"고 밝혔다.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여섯 단어는 전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법을 준수하는 퀸즈의 존경할 만한 시민 38명이 살인자가 세 차례에 걸쳐 여성을 칼로 찌르는 모습을 30분 이상 지켜만 보았다"고 보도했다. 다른 기사는 "오스틴가의 아파트와 집에서 일어난 일은 인간이 처한 상황의 끔찍한 정체를 나타내는 증상이었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훗날 저자의 문헌조사 등을 통해 알려진 진실은 달랐다. 저자는 "키티는 이웃사람 모두를 깨웠음에도 죽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웃사람 모두를 깨웠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면서 "만일 사망한 여성이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공격을 받았고, 목격자가 한 명뿐이었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날로 다시 돌아가 보자. 여성인 한 이웃주민은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이미 전화가 30통은 갔을 걸요"라며 신고하려는 남편을 제지했다. 다른 이웃도 비슷했다. 주민들은 당시 거리가 어두웠고, 소리를 지르며 갈지자로 걸어가는 한 여성의 실루엣은 취객이 분명했다. 거리 바로 위쪽에 술집이 있었기 때문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최소한 두 사람이 신고를 했는데 경찰은 "이미 신고를 받았다"면서 흔한 부부싸움으로 인식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단지 살인사건과 목격자 38명의 태도에 초점을 맞춘 언론의 보도는 주민들을 '끔찍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로 만들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 사람도 두세 명이나 됐다. 키티는 그녀를 구하려고 달려온 이웃주민의 품에 안겨 사망했다. 심지어 마지막에 피투성이인 키티를 품에 안고 그녀의 최후를 지켜준 이웃은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 바로 그 여성이었다. 그녀는 기자가 원하는 말만 실었다면서, 다시는 기자와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뉴스·푸시알림 멀리하라' 충고
이런 식으로 "인간은 본디 악하다"는 평가는 당연시 돼 왔다. 노벨문학상까지 탄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인간성 왜곡의 절정이다. "인간들은 당연히 나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골딩이라는 작가가 소설을 썼을뿐이다. 소설과 실제는 다르다. 소설속의 소년들은 패를 나누고, 서로 싸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1966년 9월 남태평양의 이타섬에서 구출된 여섯 명의 소년들은 15개월 동안 무인도에서 서로 도우면서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가끔 다툴 때면 각자 섬의 반대편으로 가 4시간쯤 화를 식히고 와서 서로 사과하면서 우정을 지켰다.
당신이 인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된 이유는 골딩을 비롯한 인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에 빠진 작가들, 이슈를 만들기 위한 언론인, 명성과 찬사를 좇는 삐뚤어진 학자들, 목적의식에 사로잡힌 정치가들에게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신이 왜곡해 바라보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견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뉴스를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단 두 명의 불량배가 멀리서 퍼뜨린 혐오발언은 알고리즘에 의해 피드 맨 위로 밀려 올라간다.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부정적인 편견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사람들이 나쁘게 행동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저자는 "텔레비전 뉴스와 푸시 알림을 멀리하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없이 더 심도 있는 일요신문이나 심층취재 기사를 읽는다"면서 "당신이 자신의 몸에 먹이는 음식에 대해 신중하듯이 자기 마음에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본디 선하다. 인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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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인플루엔셜,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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