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독성 없앤 항바이러스 마스크 개발

재료연 정성훈 이승훈 연구팀, 이온빔 기술 적용
민간업체 기술 이전해 곧 상용화 추진

마스크 전시회. 자료사진=기사와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구리의 독성을 없애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막을 수 있는 마스크를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나노바이오융합연구실 정성훈·이승훈 박사 연구팀이 이온빔 기술을 적용해 구리 나노박막이 코팅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마스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구리 나노 박막을 KF94 마스크 폴리프로필렌 필터의 손상없이 견고하게 부착해 구리 나노 입자의 독성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의 마스크 및 필터 제품은 구리 나노입자가 포함된 고분자 섬유를 이용했다. 하지만 입자 형태의 구리는 섬유 표면에서 쉽게 분리돼 사람이 흡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구리 나노입자로 인해 인체 독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팀은 진공 롤투롤 장비를 활용한 플라즈마·이온빔 표면처리 기술을 이용해 구리 나노 박막이 코팅된 필터 원단을 제조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비활성화가 가능한 KF94 마스크 및 HEPA 필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폴리프로필렌 필터 섬유를 이온빔으로 처리한 후, 20나노미터의 구리박막을 진공 증착시켰다. 이온빔 공정으로 생성된 표면개질층이 구리나노박막의 박리를 막아 구리나노입자의 호흡기 침투에 의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마스크는 국립마산병원과 협력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활용해 검증한 결과 입자포집 효율은 필터 섬유의 손상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KF94 마스크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현재 유행 중인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를 마스크 표면에 1시간 접촉시켜봤더니 약 99.9% 이상의 비활성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시장은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약 749억 달러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국내에서 3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공기청정기 시장도 미세먼지 등의 이슈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본 기술이 성장 중인 해당 시장과 함께 밝은 전망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갈수록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의 필터에 걸러지는 바이러스와 세균은 이차 감염의 우려가 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재료연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방역 소재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병원성 병원체를 활용한 실증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고위험성 병원체를 활용한 실증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와 관련 인증체계 구축을 통해 K-방역 소재부품의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분자 분야 학술지인 폴리머스(Polymers)에 지난달 22일자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 필터소재 뿐만 아니라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방역 소재 부품에 관련된 특허를 민간업체에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