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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혼전계약서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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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빌 게이츠 부부가 최근 이혼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혼전계약서’의 유무였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빌 게이츠 부부라 당연히 혼전계약서를 썼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두 부부는 1994년 결혼 당시 혼전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에 이혼하면서 이혼합의서만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서구사회에서 혼전계약서는 중세시대부터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특히 이혼 시 개인 재산뿐만 아니라 나라도 둘로 쪼개질 수 있는 왕실의 경우에는 혼전계약서를 매우 구체적으로 작성했고, 로마 교황청에 공증까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럽 최대 앙숙으로 알려진 프랑스와 영국의 사이가 나빠진 결정적 계기에도 혼전계약서가 숨어 있다. 1137년 프랑스 국왕인 루이 7세와 그의 부인인 아키텐 공작 엘레노어가 체결한 혼전계약서에 "엘레노어의 상속 영토는 그녀의 남편이 아닌 아들이 상속받는다"고 적혀있는데 이 조항이 분쟁의 씨앗이 된다.


당시 유럽에서는 먼저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 영토를 모두 남은 배우자가 받는 ‘상호상속제’가 보편화돼 있었다. 이 제도 덕분에 유럽 최대 명문이라 불리는 합스부르크 가문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전체를 통일한 적도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왕가들은 상호상속제를 일종의 도박으로 여기며 몸이 약한 왕자나 공주가 있는 나라에 자식들을 혼인시키느라 바빴다고 한다.


엘레노어의 아버지인 기욤 10세는 자칫 이 상호상속제가 엘레노어를 암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해 상속자를 두 부부가 낳은 아들로 한정해버렸다. 문제는 루이 7세와 엘레노어 사이에는 두 딸만 태어났고, 이후 루이 7세가 십자군 원정을 떠나 부부가 만날 수 없게 되면서 아들이 태어날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엘레노어는 루이 7세와 이혼하고 영국 왕이던 헨리 2세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이로 인해 프랑스 영토의 절반이 넘는 그녀의 상속 영토는 모두 영국으로 넘어가게 됐고, 양국 간 백년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후 서구사회에서는 혼전계약서와 재산분할 문제를 매우 중요시 여기게 됐다.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 혼전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미 결혼 전후 재산분할 문제는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부모 도움 없이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서 양가의 자산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태라고는 하지만 부부간 사랑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넘어섰고, 법원이 확실한 기준을 세워줘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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