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비중 줄고 월세 매물 비중 늘어
실제 거래 비중 변화로 이어져…반전세·월세 늘어 부담 가중
저금리, 보유세 인상까지 겹치며 집주인 세부담 전가 확대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던 A씨는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70만원을 내기로 했다. "전셋값 4억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엄포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이 전세를 준 성동구 응봉동 아파트를 반전세로 바꿔 월세 일부를 메우기로 했다. A씨는 "보유세부담까지 늘어나는 마당에 월세를 더 내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9개월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155건, 월세(반전세 포함) 매물은 1만6023건으로 각각 58%, 42%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31일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각각 62.2%(3만8427건), 37.8%(2만3340건)이었다. 약 9개월 만에 월세 비중이 4.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전월세 계약 비중의 변화로 이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반전세·월세의 비중은 34.1%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9개월간 28.4%에서 5.7%포인트 늘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간 반전세·월세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은 딱 한 차례(지난해 4월 32.6%) 있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 9개월간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부가 임차인 권리 강화를 위해 새 임대차법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전셋값 급등을 유발했고 저금리와 보유세 인상이 겹치며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셋값 대신 월세를 올려 세 부담을 덜어내려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진 임차인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나 월세를 택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새 임대차법 이후 남의집살이가 더 팍팍해진 셈이다.
현장에서는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마포구 아현동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급등해 보유세가 더 늘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제발 결혼하세요"…5박 6일 크루즈까지 보내준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