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세금정책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미국 일방주의에서 탈피하여‘다자주의’와 보편적 가치 추구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세금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미국의 행보가 우리나라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첫째,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대해온 디지털세(구글 등에게 광고료를 지급하는 국가에서도 소득과세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방어벽을 스스로 걷어차고 나섰다. 다만, 그 적용 대상을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확대하고 세계 각국의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하자고 한다. ‘물귀신 작전’이다.
구글만 정보기술(IT)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대형 다국적기업도 이 기술을 사용하여 이득을 얻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우리나라 삼성 등 몇 개 기업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을 적어도 현행 미국처럼 21% 이상으로 한다면 세금 때문에 미국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최저한세율의 인상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저한세율인 17%(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도 영향을 받는다. 세율이 유사하다면 납세자의 권리보장 등 세무 서비스의 비교 우위가 높은 나라에 기업은 둥지를 튼다.
둘째, 이자나 배당 등 편안하게 ‘돈 놓고 돈 먹는’ 행위로부터 얻는 수동적 소득에 대한 세율(23.8%)을 피땀 흘려 얻은 근로소득에 대한 세율(37%)과 같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부호인 워런 버핏이 진즉 주장한 것을 현 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다. 아울러 법인세율도 21%에서 28%로 올려서, 향후 15년 동안 투자할 사회간접자본 소요 비용 2조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세금정책이다. 증세를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한국과는 사고의 출발점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세금분쟁 해결에 중재조항(arbitration)의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을 했고 우리나라도 2020년도에 도입했다(국제조세법 제43조). 이제 한국의 과세권 행사에 불만인 미국 기업은 우리나라 사법부 대신 ‘말이 통하는’ 중재인에게 쪼르르 달려갈 것이다.
중재인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는 물론 세법과 회계 및 국제법규에 통달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쯤 능력이 되는 우리나라 세무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바이든 행정부 세금정책의 행간을 읽어보면 미국의 자신감과 핵심 전력의 원천이 ‘세무공무원’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삼성이 100이라는 세금을 한국에 내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디지털세가 도입돼 미국에 20을 낸다면, 한국에선 80만 내면 된다(미국에서 낸 세금은 한국에서 빼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세금부담 총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세수가 줄어들 뿐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운동장에 돈이 널려 있는데, 영민한 세무공무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더 가져가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점을 자신 있어 하는 눈치다. 우리의 당위성만을 내세워서는 백전백패다. 미국이 제안한 세법 개정이라는 텍스트(text)를 넘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컨텍스트(context)를 간파하고 해석하여 대책을 세워야만 우리나라가 피해를 덜 볼 것이다. 바야흐로 각국 세무공무원의 머리싸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라고 억지로라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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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교수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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