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건 벼슬 맞다" 이대남 구애 여야…소외된 '20대 여성'
4·7 재보선 이후 정치권 이대남 표심 구애 '올 인'
"남녀평등복무", "군 복무자 유공자 예우" 與 안간힘
"이대남 몰표 현상, 섬세하게 접근" 野도 주목
일각선 '20대 여성 유권자' 이슈 소외 현상 지적
전문가 "이번 선거서 이대남 표심 이탈 매우 두드러져"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 표심 붙잡기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20대 여성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가산점제 부활·남녀평등복무제 도입 등 20대 남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 복무 이슈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여성이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에서는 논의가 활발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이번 재보선에서 20대 남성 유권자의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정치권이 평소보다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보선 이후 '이대남 붙잡기'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당이다. 앞서 지난 7일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남성 유권자 대다수가 등을 돌리는 뼈아픈 패배를 경험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남성 유권자의 무려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한 반면,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득표율은 22.2%에 그쳤다.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서울시 20대 남성이 무려 세 배 이상 많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여당 의원들은 '이남자' 표심을 붙잡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20대 초중반 남성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군 복무 개선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최연소 초선인 전용기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군 가산점 재도입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위헌이라서 다시 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권 도사 의사를 밝힌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8일 남녀 기초군사훈련을 의무화한 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면서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제도"라며 "의무병제를 유지하되 의무복무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청년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줄이고 사회적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6일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제대군인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자 하면 '군대 간 것이 벼슬이냐'고 비아냥거리는 분들이 꼭 있는데, 군대 간 것 벼슬 맞다"라며 "어떤 벼슬보다 소중하고 귀한 벼슬"이라고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도 이번 재보선의 승리를 '이대남'의 공으로 평가하면서 이들의 표심을 붙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민주당은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다"며 "그래서 이런 결과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으로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라며 "10만원 줘도 안 되고요, 지하철 요금 40% 할인해줘도 안 되고요, 데이터 5기가 줘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소인 '요즘것들연구소'는 지난 23일 재보선 평가 분석에서 "이른바 이대남 몰표 현상은 젠더 문제가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 구조로 표출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섬세한 분석과 감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2030 여성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위 '이대남'과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자신들이 정치권 논의에서 소외되는 것처럼 느껴져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20대 남성을 달래기 위해 여성을 군 복무 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그럼 남녀 임금 격차, 데이트 폭력과 각종 성범죄, 20대 여성 자살률 등 문제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성 회사원 B(29) 씨는 "남성도 여성도 똑같은 한 표를 가진 유권자가 아닌가. 왜 여당, 야당 중에는 20대 여성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입법을 제안하는 의원은 없는지 의문"이라며 "괜히 이대남, 이대녀 같은 단어를 만들어 성별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여야의 '이대남 구애' 현상은 재보선 당시 20대 남성 유권층의 결집으로 인해 정치권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20대 남성의 (민주당) 표심 이탈이 워낙 심했다"라며 "여당 입장에서는 그것을 되돌려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에 이대남이 관심을 보이는 이슈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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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편 국민의힘은 이전엔 등을 돌렸던 20대 유권자가 갑작스럽게 몰리다 보니, 이들을 계속 붙잡아 두면서 여당에도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라며 "그렇다 보니 여야 모두 당장 20대 남성에 집중을 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차기 대선 시기가 돌아오면 이대녀 이슈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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