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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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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濁流淸論(탁류청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사면은 신기루

노영희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前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노영희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前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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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탁류청론은 사회적으로 찬반이 격렬한 주제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진단을 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주제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입니다.


엄마가 죽고 슬픔을 제대로 치유하기도 전에, 아빠가 어디서 새 엄마를 데리고 들어왔다. 새 엄마는 전 처 자식들을 미워하고 극단적 이기심으로 아이들을 학대했는데 그로 인해 아이들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보다 못한 아빠가 새 엄마를 내쫓아 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새 엄마를 내쫓은지 얼마 안 돼서 아빠는 "화목한 가족을 만들자"면서 "새 엄마를 집으로 다시 데리고 오겠다"고 말한다. 새엄마가 미안해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이를 원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빠가 출근하고 나서, 새엄마와 함께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은 미묘하고 불안한 분위기에 숨 막혀 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새엄마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에 불편함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 새엄마는 본인이 아이들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었는지 사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은 억울하다고 분개한다. 이 와중에 직장에서 바쁜 아빠는, 동료나 친구들에게 "집에 애들 엄마가 왔는데 애들하고 같이 있으니 서로 화목하고 참으로 좋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

속 편하게 살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순수하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반성과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여전히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며 아이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새엄마의 존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새엄마가 비록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귀환 자체가 새엄마의 반성을 내포하고 있으니, 사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애써 자기 최면을 걸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1995년 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관련한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다가 1심에서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그 후 2년 뒤인 1997년 4월 대법원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형이 확정되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몇 개월 되지도 않아서 이들을 사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1997년 12월에 있었던 15대 대통령 선거 에서도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봐주기식 관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등 후보 3명 모두 전두환 노태우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 걸면서 이들의 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 전격 사면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단행될 때나 그 이후나 ‘본인이 저질렀던 군사 반란과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국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난사하는 등 내란목적 쿠데타를 일으키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횡령 및 배임 행위를 하였으므로 국민께 사과하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 적이 없다. 최근에서야 노태우 대통령을 대신해서 그 아들이 광주 묘역을 참배하며 과거를 반성하고는 있지만,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회고록을 내면서 당시 자신의 범죄행위를 왜곡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일삼는 등 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이 규합하는 추종 세력들이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자 또 다시 같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존재하느냐’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사면은 신기루에 불과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대통합’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노영희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前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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