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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특금법은 미봉책…가이드라인이라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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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가상화폐 <下>

"가상화폐 특금법은 미봉책…가이드라인이라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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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하기엔 너무 큰 시장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


내부자거래 시세조작 등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업계선 "업권법 제정" 주장

제도권 편입해야 투기 방지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이민우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자산)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과열단계로 접어들면서 전문가들의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도권 안으로 넣으면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인정하는 셈이 되고, 자칫 투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단계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보다 적극적으로 업권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특별단속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업권법을 마련하는 게 무리라면, 최소한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내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차익 및 상속·증여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만큼 정부가 언제까지 ‘금융상품이 아니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도 제기하고 있다.

가상화폐 제도가 곧 소비자보호…정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가상화폐·금융관련법 등을 연구한 학자들은 정부가 현 상황을 그대로 두기엔 시장이 이미 너무 커졌다고 지적한다. 국내 가상화폐 하루 거래금액은 코스피 하루 거래금액의 2배인 30조원에 달하며 올 들어 3개월간 가상화폐에 몰린 금액은 1500조원 이상이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시장에 역대급으로 돈이 몰렸다"며 "법정통화별 가상화폐 거래 순위를 보면 한국이 5~6위에서 3위로 갑자기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이드라인 형태라도 만들어 시장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P2P(개인 간) 대출 업체들이 생겨났을 때도 가이드라인을 3~4년간 운용하며 시장질서를 파악한 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P2P 대출도 사실상 제도권 밖에 있었지만 업권이 유지되자 결국은 제도권 안으로 편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무형자산으로 하루에 생성되는 규모도 파악하기 힘들고 가치가 하루에도 여러차례 널뛰기하는 등 불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 규정은 지난달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천 교수는 특금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100여개에서 7~8개 정도로 추려내고, 시장이 다소 진정됐을 때 추가 규제나 이용자 보호 등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에 고려할 점으로는 내부자거래, 마켓메이킹(시세조작) 등을 들었다.


이효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투기성이 높지만 해외에서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자가 행위·영업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가상화폐 사업도 새롭게 정의한 만큼 우리도 계속 미루기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한 거래에 개인들이 뛰어드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순 없지만 업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보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당국의 규제는 가능하다. 미국은 비트코인·이더리움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증권성격의 가상화폐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각각 규제를 맡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가상화폐 취급업체 면허인 비트라이선스를 만들었다. 일본도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한데 이어 일본 금융청(FSA)은 지난해 우리의 전자금융거래법에 해당하는 자금결제법에 암호자산교환업을 신설했다. 영국·프랑스·스위스 등 유럽에서도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업계 "업권법 제정해야"…하지만 차별적 규제 우려도

업계는 예전부터 제도권 편입을 요청해 왔다. 법적 공백 상태에선 가상화폐 정의를 내릴 수 없어 합리적 사업자와 구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가 ‘묻지마 투자’로 치부되는 경향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가 크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센터장은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 국제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나온 조치일 뿐 그 자체로서는 큰 의미가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국장(변호사)은 "협회소속 업체들은 특금법에 가상화폐가 포함되기 전부터 자율 윤리강령을 만들어 지켜왔다"며 "궁극적으로 업권법이 만들어져야 국내 가상화폐 생태계가 합리적으로 커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행위규범 등 규제가 업자들에게 부담이 되지만 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의 주장과 달리 업권법 제정을 하면 ‘차별적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업권별로 규제를 시행하면 차별적 규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전 세계가 가상화폐를 다루기 때문에 국가별로 규제 정도가 다르면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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