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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립하는 평가지수, ESG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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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립하는 평가지수, ESG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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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사회공헌 열심히 하면 될까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에 '나름대로' 열을 올리는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기업의 환경ㆍ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ESG의 큰 뜻은 알겠지만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향성이 모호해 갈피가 잡히질 않는다는 토로다. ESG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은행권에서는 '기승전 페이퍼리스'라는 우스개도 나돈다.

평가기관이 난립하면서 제각각인 평가 지수들로 기준이 흐트러지는 게 ESG 관련 실무자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 국내외 ESG 평가 지수는 수 백개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특정 기관에서 최고 수준의 등급을 받은 기업이 다른 기관에서는 보통 이하의 평가를 받는 상황도 잇따라 연출된다.


현대자동차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선 'A'를 받았는데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에선 'B'를 받은 사례, SK이노베이션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A'를 받았으나 MSCI에선 'BBB'를 받는 데 그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ESG 한다는 곳 치고 어느 곳에서든 A등급 한 번 안 받아본 곳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저런 기관에서 제각각으로 전부 최고등급을 받는 건데, 이처럼 모든 기업이 ESG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약 30%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 때문에 전략을 짜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현실은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ESG 사업으로 이어진다. 실낱같은 의미라도 가져다 붙여 상품을 ESG로 라벨링하고, 어제오늘 나온 것도 아닌 예ㆍ적금 상품을 ESG 통장으로 둔갑시키는 식이다. ESG 실적으로 소비자와 자본ㆍ투자시장에 어필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해도 어지간한 등급을 받아 홍보할 수 있다면 국내 ESG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내용 또한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전문가집단 등이 공신력 있는 평가ㆍ측정지표를 구축해 권위를 세움으로써 ESG의 내실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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