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철수]5조 적자에 매각도 불발…7월31일로 스마트폰 마침표(종합2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민영 기자] LG전자가 뼈아픈 결단을 내렸다. 누적 적자 5조원을 웃도는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이 여의치 않자 결국 철수하기로 했다. 연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스마트폰 사업 정리에 나선 지 75일 만의 공식 결정이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LG전자는 5일 오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오는 7월31일자로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MC사업부문 영업을 정지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MC사업부문 매출은 2020년 기준 5조2171억원으로 전사 매출의 8.2%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와 지속적인 사업부진 등이 이유"라며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조 적자’ 예고된 철수 수순...매각 협상도 난항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사업을 맡은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작년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총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지지부진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게 치이며 점유율 2%대에 그쳤다.
특히 구 회장이 지난해부터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중단해야 할 사업과 키워야 할 사업을 골라내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스마트폰 사업 존속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룹 관계자는 “LG전자의 시가총액이 스마트폰 사업 탓에 20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참담한 평가들이 논의됐다”며 “MC사업본부를 유지하며 기회비용을 쓰느냐, 결단을 내리느냐의 문제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초만 해도 업계 안팎에서는 분리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베트남 빈 그룹, 독일 폭스바겐, 미국 페이스북 등이 협상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두 달 이상 별다른 진척 없이 시간만 흐르자 결국 경영진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시장에서 주목했던 LG롤러블 등을 앞세워 매각 협상을 유리한 구도로 끌어가고자 했지만 매각 가격과 연구개발(R&D) 특허권 등을 두고 입장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까지 생산, AS 지속"…협력사 손실 최소화 방안 협의
LG전자는 통신사업자 등 거래선과 약속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휴대폰을 생산한다. 또한 휴대폰 사업 종료 이후에도 구매 고객, 기존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후서비스(AS)를 지속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업 종료에 따른 거래선과 협력사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3700여명 MC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도 유지한다. 이를 위해 해당 직원들의 직무역량과 LG전자 내 다른 사업본부와 LG 계열회사의 인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인원들의 의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효과적인 재배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R&D)은 지속한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 특히 2025년경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시대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속도 내는 사업재편…성장동력 ‘차 전장·AI·로봇’ 낙점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LG전자의 전사적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반 가전과 미래차 전장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이는 구 회장이 2018년 6월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먹거리로 주목해온 부분들이다.
LG전자가 최근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함께 합작법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세우기로 한 것 역시 미래차 전장 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는 부분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20년을 종합 전장 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시장에서는 오는 7월 출범하는 LG마그나가 애플로부터 애플카 생산을 위탁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장 부분은 구 회장이 주문해온 '디지털 전환'의 핵심 영역에 속한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차량용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체계를 갖췄다. 주력 계열사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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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산업도 LG전자가 낙점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앞서 LG그룹은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AI 전담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도 출범 시켰다. 그룹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AI 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또한 LG전자는 로봇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호텔, 병원, F&B(식음료) 등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조만간 전장과 AI·로봇 등의 분야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 등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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