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폭행 가해자 도망 못 가게 옷 잡은 건 정당행위"… 검사 기소유예 처분 취소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지하철 안에서 재채기를 한 게 원인이 돼 실랑이를 벌이던 중 폭행을 하고 현장을 벗어나려는 가해자의 옷을 붙잡은 건 정당행위로 볼 수 있어 검사의 폭행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위법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37·여)가 검사의 자신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A씨)이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이 피해자가 청구인의 상체에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거나 CC(폐쇄회로)TV 영상 사본에서 확인되는 목격자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및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과 자의적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2019년 11월 16일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자신의 옆에서 재채기를 하는 A씨를 불쾌하게 생각했던 피해자 B(57)씨는 A씨와 함께 하차한 뒤 A씨에게 다가가 얼굴 쪽에 기침을 했다. A씨는 B씨에게 대응하지 않고 크게 돌아 지하철 승강장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B씨가 다시 돌아와 A씨 바로 앞에서 크게 기침을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후 A씨가 112에 폭행 신고 전화를 하는 사이 B씨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A씨는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았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 부위를 3차례 찔러 112에 신고했다고 주장했고, B씨는 그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처럼 두 사람 사이 진술이 엇갈렸지만 헌재는 A씨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헌재는 "청구인은 실랑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3회 찔러 112에 신고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이를 부인하여 진술이 엇갈리나, 피해자는 청구인의 얼굴을 향해 기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상당 부분이 CCTV 영상 사본과 일치하지 않고 진술 자체도 일관성이 없어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면, 청구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진술의 대부분이 CCTV 영상 사본과 일치해 그 신빙성이 높다. 또한 CCTV 영상 사본에서 피해자의 등에 가려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는 보이지 않으나 피해자가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를 향해 오른손으로 여기저기 가리키거나 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피해자가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를 찌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청구인은 경찰이 올 때까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있었을 뿐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멱살을 잡고 청구인을 밀치고 당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청구인은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로서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사후에 피해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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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처분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지만 '죄 안됨'이나 '혐의없음' 처분과 달리 범죄 혐의는 인정된다는 취지의 처분이기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은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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