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D-8, 재보선 입체분석 ⑧ 여론조사 믿을 수 있나
하위표본으로 여론 결과는 의심해봐야
표본오차 내 지지율 차이는 '우열'아닌 '접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울유스호스텔에 마련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의 투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23일 서울 중구 서울유스호스텔에 마련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의 투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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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선거의 계절에는 후보 캠프뿐 아니라 유권자들도 여론조사 추이에 관심을 쏟는다. 캠프는 선거 전략을 짜는 데 활용하고, 유권자는 전체 민심 향배와 자신의 선택을 비교·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여론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대로 여론 자체를 만드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라는 지적도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여론조사를 현명하게 활용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우선 ‘표본수’에 관심을 갖자. 하나의 예가 있다. 올해 1월 YTN이 의뢰해 리얼미터가 진행한 여론조사(1월18~20일 조사·전국 성인남녀 1510명 대상·무선 AR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응답률 2.5%·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지난번 조사보다 8.4%포인트 상승한 34.5%를 기록해 국민의힘(29.9%)을 앞질렀다. 당시 언론은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입법 노력이 지역 민심에 영향을 준 것이라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부산·울산·경남지역 표본은 전체의 12.6%인 191명에 불과하다.


김봉신 리얼미터 수석부장은 "190명 정도 표본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7.1포인트 정도 되므로, 이 경우 14~15%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생겨야 의미 있는 차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해당 조사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역전했다고 확정적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은 "200명도 안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띄우고 야당은 해저터널 계획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표본수 외에도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속 표본오차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나 관련 언론 보도에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포인트’ 같은 문구가 달려 있다. A후보 지지율이 40%, B후보는 35%라고 할 경우 A후보 지지율은 37~43%, B후보의 지지율은 32~38%일 확률이 각각 95%라는 뜻이다. 숫자만 보면 A후보가 B후보를 앞섰지, 실제로는 반대로 B후보가 A후보를 앞설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홈페이지에 "실제 전체 국민의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범위 안에 있다고 추정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오차범위 내의 지지도 차이는 ‘앞서고 있다’ ‘이겼다’와 같은 우열을 나타내는 표현보다 ‘경합이다’ ‘접전이다’와 같은 식으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와 실제 여론 사이 간극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론조사는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사람들의 뜻만 반영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장은 "큰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 혹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높아졌다"며 "최근의 여론조사는 전체 여론을 대표한다기보다 응답에 적극적인 고(高) 관여 응답자의 여론을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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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된 기계음이 질문을 던지는 ARS 방식인지, 면접원 방식의 조사인지 등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정치적 입장이 강하고 분명한 일부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더 반영할 수 있다. 반대로 ARS를 조사 기법으로 쓰는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ARS 기법이 면접원 방식보다 표심을 더 잘 반영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놓고 전문가들도 다른 의견을 내는 만큼, 유권자들이 더 보수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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