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병철 삼성 회장 유훈에 울먹한 '반도체 신화' 진대제 전 장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은 증기기관을 만들어 400년간 세계를 제패했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한 것이니 앞으로 자네들이 열심히 잘 해내라."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7년 9월 25일 갑작스럽게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방문해 남긴 말이다. 당시 폐암 말기로 거동 조차 쉽지 않은 이 회장은 '한국 반도체가 남의 것을 베꼈다, 모방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크게 화가 난 상태였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과 노무현정부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진 대표는 "(당시) 이 회장님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기흥 고장에 오셨다. 건물 계단도 제대로 오르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화가 나셔서 그곳까지 오신 거였다"면서 "공장장, 연구소장, 비서실장 등을 앉혀놓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창업주의 첫 마디가 '(신문 기사를) 봤제?'였다. 그때 이런 저런 얘기를 한참하셨다"며 영국의 증기기관 발명을 예로 들며 반도체 산업 발전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진 대표에 따르면 당시에는 일본 소니의 디스플레이칩이 없으면 삼성전자가 컬러 TV를 만들 수 없던 시기였다. 진 대표는 "아날로그칩(시스템반도체)은 정말 만들기 어렵다"면서 "나중엔 삼성이 아날로그칩에 일본업체의 로고까지 베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이튿날 응급실에 실려갔고 두달 뒤인 1987년 11월 19일 작고했다.
진 대표는 이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뽑은 임원이 본인이라고 소개한 진 대표는 "오늘 이 유훈을 반도체 종사자들에게 넘겨드리고자 한다"면서 "잘 해내서 반도체를 계속 잘 유지, 발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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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최근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 동향에 대해 소개하면서 "반도체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선도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조성되어야 반도체 패권 장악이 가능하다. 중국이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수 백조 원을 투자해 한국 반도체를 추격하고 있으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낮은 기술 자급률의 한계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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