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에 핀셋 대신 융단폭격…부동산 '빅브러더' 우려
의혹 불거진지 한달도 안돼 초강력 대책
공무원 재산등록 대폭 늘리고 처벌 강화
거래분석원 박차…개인 금융·과세 확인
"처벌강화 서두르는 느낌"…실효성 우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역풍을 맞은 정부가 ‘융단폭격식’ 초강력 규제책을 쏟아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투기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확산하자 대책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공직자의 부도덕한 투기 행위를 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 만에 뚝딱 만들어진 대책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당장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추후 제도 마련 과정에서 과잉 입법, 행정력 낭비 등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들끓은 민심에 핀셋 대신 융단폭격
30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은 환부만 도려내는 ‘핀셋 규제’보다는 전방위적인 융단폭격식 규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투기와 관련해 예방·적발·처벌·환수 등 4개 영역에 걸쳐 촘촘한 이중, 삼중의 감시망과 강력한 처벌 규정까지 마련한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사실상 ‘친일반민족행위’와 비슷한 급의 불법행위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면 앞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패가망신급 처벌을 받게 된다. 불법 전매와 부당 청약 등 부동산시장 4대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액에 비례해 최대 5배까지 가중 처벌하는 규정이 생긴다. 부동산 거래 해제 미신고 등 단순 의무사항 해태 행위에 부과하는 과태료도 최대 10배 높이고, 시장 교란행위에 가담한 사람은 유관 기관 취업과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 진출이 전면 차단된다.
이중, 삼중 감시망까지…빅브러더 우려
이번 대책의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처벌 수위도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 ‘빅브러더’가 가속화된다는 우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인 부동산시장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다. 지난해 여당에서 법안을 발의한 이후 ‘시장 위축’, ‘과잉 권한’ 논란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분석원은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경찰, 금융감독원 등의 전문 인력이 포함돼 개인의 금융·과세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권한을 갖는다.
현재 주택을 살 때 적용되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토지로 확대된다. 정부는 1000㎡ 이상이나 5억원 이상 등 일정 규모의 토지를 구입할 때 자금 조달을 어떻게 했는지 샅샅이 들여다볼 방침이다. 친·인척 등을 통한 차명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경우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불법 투기는 고위 공직자 등 일부에 한정되는데 이 같은 조치들이 일반인들의 부동산 거래도 위축시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산 등록 수백만 명?…실효성 논란
행정력 낭비와 실효성 문제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원칙적으로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했다. 현재 4급 이상 고위직 중심으로 공직자 약 23만명이 인사혁신처에 재산을 등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들도 포함된다. 인사혁신처 등록 대상이 아닌 공직자 약 130만명은 소속 기관별로 자체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 전체 대상만 160만명을 넘고, 직계존·비속까지 고려하면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투기 우려가 없는 하위 직원들까지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처럼 광범위한 규제에도 차명거래 등 불법 투기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법망을 촘촘하게 만들긴 했지만 형제자매나 배우자의 친·인척, 친구 등의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면 막을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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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H 사태에 대해 사후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문제의 정확한 본질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서두르는 느낌"이라며 "구조적으로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따라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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