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 가계부채 위험수준, 카드대란 이후 최고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실물경제-가계부채 괴리 정도, 2002년 카드사태 이후 최고로 벌어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대로 급증하면서 실물경제와의 괴리 가 18년만에 가장 커졌다. 빚의 규모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친 민간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훌쩍 넘겼다. 부채의 상당부분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린 데다 금리가 들썩이면서 빚을 못 갚는 경제주체도 더욱 늘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기업대출(민간신용) 비율은 215.5%로 1년 전에 비해 18.4%포인트 올랐다. 실물경제 수준과 가계부채 증가 격차를 나타내는 가계신용갭(GDP 대비 가계신용비율과 장기추세 격차)은 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2년 4분기(7.4%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갭은 정상적인 신용증가율과 실제 증가율의 차이로, 최근 대출 등 신용증가율이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났다는 뜻이다. 기업부채와 실물경제 간 괴리(기업신용갭) 역시 9.2%포인트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분기(10.6%포인트)에 근접했다.
신용갭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가계ㆍ기업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위험 평가지표다. GDP에서 가계·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빠르게 늘어날수록 갭이 커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지난 3월3일 한국의 민간신용 갭이 역대 최대로 높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점보다 7.9% 늘었다. 분기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6%, 2분기 5.2%, 3분기 7.0% 등 점차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현재 2153조5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1% 증가했다.
부채 위험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취약해 ‘고위험가구’로 분류된 자영업자 가구는 19만2000가구로, 9개월 새 8만가구 이상 늘었다. 이들이 가진 금융부채도 7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불었다. 부도위험이 큰 기업들이 갖고 있는 기업대출 비중도 10%를 넘어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하반기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출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가 있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 대출차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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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민간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며 자산가격은 급등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면서 "정부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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