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보다 맛있는 수제 양갱
팥부터 유자·흑임자·단호박까지
'할매입맛' 저격한 디저트 맛집

MZ세대 최애 메뉴 '팥 라떼'
건강·트렌드 둘 다 잡은 '양갱'
투박함 속에 은은한 달달함
온 가족이 즐기는 추억 디저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갱 전문집 '마가렡'의 외부 전경.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갱 전문집 '마가렡'의 외부 전경.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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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팥·쑥·흑임자…. 어딘가 촌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식재료가 젊은층 사이에서 조용한 인기를 끈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심심한 재료들이 2030세대의 관심을 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복고를 새롭게 즐기려는 이른바 '뉴트로(newtro)' 열풍과 연관이 있다. 인절미, 미숫가루 등 옛 먹거리가 젊은층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예스러운 간식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가리켜 '할매니얼'(할매입맛+밀레니얼 세대)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열풍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할매입맛'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수만개씩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할매니얼들이 찾는 간식거리 중 하나가 '양갱'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감촉과 누구나 좋아하는 달달한 맛의 양갱은 어쩌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유럽풍 마카롱보다 친숙하거나 건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양갱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서울 마포구에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올드한 느낌의 양갱을 젊은 느낌으로 재해석한 곳.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10분 남짓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마가렡'이 그 주인공이다.

조용한 골목 어귀 꽃 모양의 로고가 눈길을 끄는 가게의 유리문에는 복고풍의 서체, 게다가 마치 1980년대 광고를 패러디한 듯한 정직한 문구가 정겹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추억이 담긴 사랑의 디저트'. 제과나 음료회사가 상품에 과거에 썼던 광고문구를 다시 쓰듯, 레트로 분위기를 담뿍 낸 서체의 문구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양갱이 열을 맞춰 대기하는 풍경을 맞닥뜨린다. 전통적인 팥 양갱부터 상큼함이 매력인 유자 양갱 등 입맛에 맞춰 분류돼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갱 전문집 '마가렡'. 나무판으로 된 간판이 눈길을 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갱 전문집 '마가렡'. 나무판으로 된 간판이 눈길을 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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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년째 자리를 지키는 김지원 대표(36)는 '마가렡'을 "'코리안 레트로 디저트'를 지향하는 수제 양갱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양갱이라 하면 옛날 간식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더욱이 젊은 분들에게 양갱은 어쩌면 호불호가 갈리는 디저트일 수도 있는데 최근 들어 편견을 깨고 친숙해진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양갱 사랑은 가게를 내기 전 2010년 즈음 시작됐다.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남자친구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김 대표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던 친구였다. 밸런타인데이 때 고민이 됐다. 그래서 초콜릿 말고 선물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만든 게 바로 양갱"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양갱을 초콜릿 모양으로 만들어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초콜릿도 아닌 것이 초콜릿보다 더 좋은 선물'이라고 평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지금은 남편이 된 그의 얘기에 힘을 얻어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를 냈다. 가게의 슬로건은 '배러 댄 초코렛'. 남친의 말을 그대로 담았다. 초콜릿 모양으로 만든 팥 양갱 하나가 김 대표 인생의 먹고사니즘을 결정지은 것이다.


김 대표는 고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세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양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계절마다 메뉴를 변경하거나 재료를 풍성하게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김 대표는 "아이스크림이나 마카롱 같은 디저트는 맛이 굉장히 다양하다. '양갱도 여러 맛을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팥 양갱에서 나아가 단호박·유자·녹차 등 계절에 맞는 여러 재료로 양갱을 만들고 있다. 팥으로 만든 '팥 라떼'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메뉴 중 하나란다.


'마가렡'에서 선보이는 유자 양갱. 양갱 안에서 씹히는 유자 알갱이가 풍미를 더한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마가렡'에서 선보이는 유자 양갱. 양갱 안에서 씹히는 유자 알갱이가 풍미를 더한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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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디자인에도 독특함을 입힌다. 맛에 따라 포장지를 달리 사용한다. 예를 들어 팥 양갱에는 팥이 그려진 포장지를, 홍차 양갱에는 홍차잎이 그려진 포장지를 쓰는 식이다. 특히 옛 시절만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빈티지 포장은 양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낼 만큼 독특하다. 복고풍 디자인은 모두 김 대표의 손에서 만들어졌는데, "옛것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뉴트로 열풍과 함께 젊은층 입맛을 맞추려 노력한 덕분에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젊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양갱을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양갱을 먹고서는 은은한 단맛에 '생각보다 괜찮다'라며 다시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전적 상품이다 보니 부모님 등 어르신들 선물용으로 양갱을 사가기도 하지만, 상견례 선물과 돌잔치 답례품으로 사가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활용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김 대표는 양갱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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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을 만들기 위해선 팥을 오랜 시간 끓이고 굳혀야 한다. 양갱의 모양이 화려하진 않지만 투박함 속에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말 속엔 인공재료보다는 자연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건강한 간식,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장점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 하다. 오래 끓이고 굳힌 팥 알갱이를 오롯이 품은 양갱만큼이나 정성을 가득 담아 할매니얼층의 팬심을 넓히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어떻게 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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