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건설비용 회수 명목으로 일부 토지 남겨두는 '체비지'
잠실 롯데타워·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시가 매각한 체비지에 조성
공시가격 현실화 따른 세금 인상, 징벌적 세금 돼선 곤란해

임대차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7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임대차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7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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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은 예로부터 돈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도로를 관리하고 오물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관리의 기본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녹지와 공원을 조성하고 학교를 건설하는 등 도시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점점 늘어갔다. 비용 조달은 도시 관리자에게 영원한 숙제다.


도시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다. 거주자에게 비용을 징수해 이를 도시의 관리에 활용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징수하고 있는 ‘주민세’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불만없이 납부할 수 있는 비용의 수준은 제한돼 있다. 더 많은 비용을 징수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남에 따라 각종 명목의 세금이 등장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보유한 토지와 건물이었다. 토지와 건물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더 많은 비용을 납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토지와 건축물을 기준으로 납부하는 세금은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점차 ‘재산세’라는 명목으로 공식화했다. 재산세는 많은 경우 도시를 관리하는 지자체의 몫이다. 기본적으로 재산세는 도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납부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발생하면 납부하는 소득세와 달리 재산세는 소득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도시관리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상업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의 경우 재산세에 기초해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성장을 시작하는 도시를 재산세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시 확장에 따라 필요한 많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기존 거주자들로부터 징수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도시들은 각종 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활용해왔다. 새로운 시가지를 만들어가면서 일부 토지는 ‘체비지’라는 명목으로 남겨놓고 시가지가 조성된 이후 토지를 매각함으로써 도시 건설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타워팰리스 전경.

타워팰리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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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땅을 팔아야만 공무원들의 급여와 각종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상황은 1980년대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강남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은 도시계획 과정에서 발생한 체비지를 매각해 조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잠실 롯데타워,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서울의 대표적인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부지들 역시 모두 서울시가 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매각한 체비지에 조성됐다.


중앙은행이 ‘신용’이라는 마법으로 화폐를 발행해 유통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자체들은 자체 보유한 ‘도시계획권한’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단 도시가 완성되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재산세 부과로 안정적인 재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문제는 세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로 바뀐다. 너무 비싼 세금을 부담시킬 경우 기업과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납부한 세금 만큼의 각종 서비스와 생활여건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율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매입한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1%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부과한다. 뉴저지주의 경우 3%에 이르는 세율을 적용한다. 10억짜리 주택이라면 해마다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엄청난 부담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요소가 숨어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택의 시가가 아닌 매입 가격이 기준이기 때문에 매입 시점별로 각기 다른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3%에 이르는 세금이 엄청난 것 같지만 이렇게 징수된 세금은 해당 커뮤니티, 특히 학교에 상당 부분 투입된다.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명문 학군으로 변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 게다가 납부한 재산세에 대해 소득세 산정 과정에서 공제해줌으로 실제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절기상 한로(寒露)이자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절기상 한로(寒露)이자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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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납부 주체 역시 국가별로 다르다. 많은 경우 보유자가 납부하지만 영국의 경우 거주자가 납부한다. 재산세를 행정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인정한다면 이런 방식이 합리적일 것이다.


재산세, 특히 도시의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은 수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납부하기 때문에 도시의 행정서비스 수준과 연계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납부액에 상응해 지자체의 행정서비스와 생활여건이 개선된다면 불만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 세율 역시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경우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여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대책으로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실질적 보유세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정작 보유세의 상당 부분을 징수하는 지자체는 이와 관련된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보유세 현실화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징벌적 세금이 돼서는 곤란하다. 주택은 필수 재화이며 재산세는 지자체의 행정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재산세에 대한 합리적 논의와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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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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