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스타트업 중 매출 100억달러를 가장 빨리 달성한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첫 매출을 일으킨 뒤 8년 만에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다음으로 우버가 9년만에, 페이스북과 테슬라 모터스는 11년 만에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3년 안에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하겠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는 전기차업체들이다. 전기차업체들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노리는 전기차업체들은 잇달아 단기간에 매출 100억달러를 넘어서겠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내놓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가 선보일 전기차 '루시드 에어'  [이미지 출처= 루시터모터스 트위터]

루시드 모터스가 선보일 전기차 '루시드 에어' [이미지 출처= 루시터모터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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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급 전기차업체 패러데이 퓨처와 전기 밴·버스 제조업체 어라이벌 그룹, 피스커는 첫 매출이 발생하고 3년 안에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어라이벌은 올해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4년 매출 목표를 140억달러로 잡았다.


최근 처칠 캐피털 스팩과 합병에 합의했다고 발표해 주목받은 루시드 모터스는 2026년까지 22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시드는 최근 배터리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 첫 번째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전기차 부품 공급업체 리 오토모티브와 헬리콥터 형태의 전기차를 제작하겠다는 아처 애비에이션은 7년 만에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 전기차업체들은 모두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고 단기간에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때마침 스팩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투자금 규모가 지난해 1분기에 372억달러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미 1600억달러를 넘었다. 그리고 1600억달러가 넘는 조달 자금 중 절반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자금 조달이었다.

구글이 8년 걸린 매출 100억달러, 3년만에 달성하겠다는 전기차업체 원본보기 아이콘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업체들이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팩과 합병을 통한 사실상의 우회상장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을 하는 것보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은 당국의 규제와 감시가 느슨하다. 이에 스팩과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실적 전망을 부풀리기 쉽다.


2010년대 초 피델리피 인베스트먼트에 근무하며 테슬라에 투자했던 개빈 베이커는 "파워포인트로 멋지고 잘 굴러갈 것처럼 보이는 자동차 견본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품질이 좋은 실제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스커의 사이먼 스포롤 대변인은 자동차 제조를 다른 회사에 위탁함으로써 초기 생산량을 테슬라보다 빠르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커는 새로 떠오르는 전기차업체들이 테슬라보다 생산량을 2~3배 빠르게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업체들이 실적 전망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국 정부가 전기차에 지원하면서 새로운 전기차들이 쏟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며 전기차업체들이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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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낸 로버트 잭슨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탓에 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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