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왜곡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 대한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확산하는데 정작 우리는 조용하다.
글로벌 매체들이 램지어 교수의 역사왜곡 정황과 그에 대한 비판론을 속속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가 일으킨 파문이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그의 논문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미국 필라델피아 시의회에서 채택됐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당사국인 우리 정부와 학계의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등을 의식해 사실상 뒷짐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우리 법원의 판결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자 갈등을 더 부추기지 않으려 애쓰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함으로써 우리의 위안부 문제 진상 규명 및 해결 노력에 정면 도전했다. 그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 역사왜곡으로 이어지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인용문까지 조작했다. 이는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학계의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허위 정보인 것이다.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한 유럽 지역 유대인 대학살)’를 부정하는 논문이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을 수 있겠는가. 사실을 조작하거나 극히 일부의 증거만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엔은 1996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으로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일본 역시 1993년 발표한 ‘고노(河野)담화’에서 위안부들이 의지에 반해 끌려갔다고 인정했으나 이후 아베 신조 전 총리 같은 일본 지도자들은 이를 끈질기게 부인해왔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이번 논문으로 "미국 등 영어권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우익이 역사수정주의에 기반해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일본 우익과 역사수정주의자들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로서는 이를 적극 경계하고 차단해야 마땅하다. 역사수정주의는 과거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고 군국주의와 전쟁가능국가로 복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정당화하는 데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역사왜곡에 대응할 준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우리 정부와 학계는 위안부 문제 연구결과와 피해자 증언 같은 각종 자료를 영어로 번역·출간하거나 국제 학술 전문지에 실으려 더 노력해야 한다. 주도면밀하고 일사분란하게 해외 학술회의 지원 등으로 우호세력을 구축함으로써 역사수정주의에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 위안부 문제 연구도 더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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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일본의 역사적 잔혹 행위에 대한 은폐·축소가 다시 시도되지 않도록 집요하게,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역사가 은폐·왜곡되면 그 역사는 되풀이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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