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부담 주고 싶지 않아" 존엄사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존엄사' 찬반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이른 환자가 스스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 등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환자 가족 2인 이상 진술이나 전원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
아내 인공호흡장치 뗀 남편, 중형 구형
'존엄사 권리' 국내선 제한적 허용
환자·가족 동의 따라 연명치료 중단 가능
실제 연명치료 중단 가능한 기관 수 적어 한계
전문가 "환자 자기 결정권 존중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존엄사' 찬반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존엄사는 불치병을 앓는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최종 선택할 수 있는 권한으로, 국내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제한적인 방식의 존엄사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또 실제 중단이 가능한 기관 숫자도 적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중단하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존엄사 결정권을 환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존엄사가 생명 윤리에 위배될 뿐더러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자식들 부담 주지 말자 했다" 아내 호흡기 뗀 남편
앞서 지난 1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모(60) 씨의 살인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씨는 지난 2019년 6월4일 충남 천안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내의 기도에 삽관된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를 일부러 완전히 뽑아 제거,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씨 아내의 연명치료기간이 1주일에 불과했던 점 △이 씨가 합법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중형을 구형했다.
이 씨는 최후진술에서 "아내는 먹고 싶은 것 다 참고 어렵게 살면서 연명치료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고 했다"며 "아내의 뜻을 다짐했고, 자식들에게도 알렸다"고 했다.
이어 "(호흡기를 뗀 뒤) 주차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아들로부터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3년째…여전히 한계 뚜렷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환자가 자신의 임종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의 절차적 복잡성 등 한계가 뚜렷해,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은 크게 제한된 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이른 환자가 스스로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 등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환자 가족 2인 이상 진술이나 전원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
그러나 필요 서류 및 가족 진술을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연명의료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의 결정 및 이행 업무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의료기관윤리위원회'(윤리위)를 설립함으로써 시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 윤리위가 설치된 요양병원 숫자는 매우 적은 상황이다. 앞서 윤일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생명윤리정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윤리위가 설치된 요양병원은 총 43곳에 불과했다. 특히 부산·인천·세종시에는 윤리위가 설치되거나 관련 협약을 맺은 요양병원이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 내 사망 환자 중 35.8%(9만5000명)가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다는 사실로 미뤄보면, 전체 환자 중 상당수가 애초 존엄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약물을 제공 받아 스스로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조력 사망'이 금지된 것도 존엄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약물 없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려면 대체로 극심한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에는 한국인 1명이 조력 사망이 합법인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죽을 권리도 인권" vs "범죄 이용 우려" 찬반 팽팽
상황이 이런 가운데 환자의 존엄사 권한 확대를 둘러싼 시민들의 찬반 의견은 팽팽히 엇갈렸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내가 스스로 배변조차 해결 못하고 호흡기 없이는 숨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더는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지 않다"며 "내 존엄을 지키며 죽는 것도 인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3) 씨는 "존엄사가 비윤리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비용도 크고 별 의미 없는 연명치료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강제로 고통 받는 것이 더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정말 존엄사를 원한다면 제약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엄사 확대로 인해 생명 경시 풍조가 촉발되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주부 C(48) 씨는 "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이 합법화되면, 조금만 힘들어도 사람들이 함부로 목숨을 버리려는 일도 나올 것"이라며 "사회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대학원생 D(31) 씨는 "존엄사나 안락사를 결정해야 할 단계의 환자는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스스로 생각할 힘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가족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강제로 안락사를 결정하는 경우는 어떡하나? 존엄사는 최대한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허용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환자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상적인 삶의 마무리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른 희망 사항을 가장 잘 반영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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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명의료결정제도가 개인의 의사를 더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환자들이 각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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