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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직도 불법주차하세요?" 민식이법 1년…스쿨존 '안전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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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곧 시행 1년, 스쿨존은 아직도 불법주정차로 몸살
초등학교 스쿨존 직접 가보니…아이들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 하교
전문가 "아이들 교통사고 치명적, 늘 안전운전 생각해야"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아이들이 차도 쪽으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아이들이 차도 쪽으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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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이주미 기자] "아직도 불법주차를 하고 있네요.", "경각심이 없는 거죠, 애들 다치면 안 되는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오는 25일로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다. 그간 민식이법을 두고 과잉처벌 논란 등 각종 갈등이 일었던 만큼 스쿨존 내 사고에 관한 경각심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그러나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아이들이 불법 주정차를 피해 다닐 만큼, 여전히 스쿨존 안전 사각지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민식이법 자체에 대한 갈등만 있고 여전히 스쿨존에서의 안전운전에 대한 시민 의식이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서울 중구 한 초등학교 앞은 하교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횡단보도, 정문 근처 등 학교 주변에 있는 불법주정차들로 인해 아슬아슬한 하굣길의 모습을 보였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차량들은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아이들은 주차된 차량을 피하기 위해 달리는 차들이 있는 차도로 향하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어른들이 즉시 제지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막았지만, 어른이 없고 아이들만 있었다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특히 아이들은 키가 작아 불법주차된 차량에 가려 운전자 시야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또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사고력이 떨어져 주변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올 수 있으므로 운전자 시야를 최대한 넓혀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근처 골목에 차가 주차돼있다.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이란 표시가 눈에 띈다. 골목 꺾는 부분에 차가 세워져 있어 운전자 입장에선 시야가 가릴 위험이 있어 보인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서울의 한 초등학교 근처 골목에 차가 주차돼있다.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이란 표시가 눈에 띈다. 골목 꺾는 부분에 차가 세워져 있어 운전자 입장에선 시야가 가릴 위험이 있어 보인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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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실제로 시야가 가렸던 경험을 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부산 진구 초등학생 7명 가운데 1명이 학교 근처에 주차된 차들로 인해 달려오는 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은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많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9살 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30대 김모 씨는 "횡단보도 근처에 주차된 차 때문에 아이가 사고날 뻔했던 적이 있었다"며 "이때 너무 놀라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런데 운전자가 왜 애를 혼자 내버려두느냐며 화를 내 황당했었다"면서 "사정상 잠깐 정차하는 것도 아니여서 더욱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주정차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도 강화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중구의 한 초등학교 50대 경비원은 "감시를 해도 항상 주차, 정차하는 차들이 있다"면서 "운전자들이 급하다고 잠깐만 세워둔다고 하면서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학부모가 아이들 등·하교를 도울 때 학교 근처에 차를 정차해두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잠깐 차를 세워 아이를 내려주거나 아예 하교할 때까지 주차하고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인해 학교 앞이 사실상 주차장이 되고, 차량으로부터 아이들 간 안전거리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근처. 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들로 혼잡해 보인다. 학부모들은 정문 주변에 차를 세워둔 뒤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근처. 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들로 혼잡해 보인다. 학부모들은 정문 주변에 차를 세워둔 뒤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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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스쿨존 내에서는 잠깐 차를 세워두는 정차도 금지된다. 같은 장소에서 1분 이상 정차한 것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다는 이유로 학교 주변에 차를 세워둔다.


실제로 학부모가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같은 학부모들의 학교 주변 정차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애들 하교 시간에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도로 양쪽에 차가 줄지어 대기 중이더라"면서 "엄마를 본 아이가 무작정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 했다. 스쿨존 아닌 곳에서 주차요금 내고 아이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뒀다는 다른 네티즌도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면 불법주정차 때문에 안 보여서 위험하다"며 "최근에도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길 건너려고 살피는 동안 떡하니 횡단보도에 정차하고 자기 아이 내려주더라. 내 아이만 위하지 말고 다른 집 귀한 아이들도 함께 아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근처 횡단보도 바로 옆에 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횡단보도 주변이라 아이들이 가려질 위험이 있어 보였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서울의 한 초등학교 근처 횡단보도 바로 옆에 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횡단보도 주변이라 아이들이 가려질 위험이 있어 보였다. 사진=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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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스쿨존 내에서 크고 작은 어린이 교통사고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부처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 추진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각각 478건, 3명이었다. 2019년(567건, 6명)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 일수가 적었던 것을 고려하면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일어난 서울시 스쿨존 어린이 사고 중 약 30%가 도로 변 주차 차량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한편, 오는 5월11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전국 모든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과태료가 승용차 기준 현 8만원에서 12만원, 승합차 기준 현 9만원에서 13만원으로 인상된다.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단속 범위도 확대될 예정이다.


전문가는 스쿨존에서의 지속적인 안전운행을 당부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의 교통사고는 성인과 비교하면 더욱 치명적이다"라면서 "학교 앞 서행 등 방어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며 과태료 등 법적 처벌에 앞서 자기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반드시 안전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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