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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파동·닷컴버블·서브프라임…버블 계보 잇는 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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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장 15개월간 1560억달러
밈 투자 문화 더해 시장 붐 형성
컨셉 투자 위험 규제 강화 움직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끝이 다가 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400여년전 발생했던 튤립파동부터 2000년대 닷컴버블,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언급하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거품을 경고했다.


튤립파동·닷컴버블·서브프라임…버블 계보 잇는 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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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까지 뛰어들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최근 15개월간 미 증시의 스팩 상장 건수는 474개로, 스팩 합병 규모는 총 1560억달러에 이르렀다. 스팩 상장 건수는 2019년 59개에서 지난해 248개로 급증한데 이어 올 들어서만 벌써 226개가 생겨났다. 같은 기간 스팩 합병 규모도 136억달러에서 830억달러, 730억달러로 급증했다.

스팩은 공개모집을 통해 자금을 모아 주식 시장에 상장한 뒤 정해둔 기한(2년)안에 비상장 기업을 합병한다. 비상장사로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으로 정식 기업공개(IPO) 보다 상장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빠르게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스팩 상장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나 금융인, 유명인들의 참여로 화제성을 확보한 스팩은 ‘밈(meme)투자’ 문화까지 더해지며 시장 붐을 형성했다.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공유되는 콘텐츠나 문화를 일컫는 신조어다. 게임스톱 주가급등 사태를 계기로 밈투자는 금융투자 시장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게 됐다.


2만8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닥터 스팩’은 스팩 붐을 주도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중 하나다. 그는 ‘오락용’이라는 트위터피드에 스팩 관련 정보를 올리며 스팩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닥터 스팩 외에도 ‘스팩 타이거’, ‘스팩 구루’, ‘스팩질리아’ 등이 가세하며 스팩 붐을 키우고 있다. 힙합가수인 카시우스 쿠베는 스팩 투자를 찬양하는 ‘스팩 드림’이라는 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40~50개의 스팩에 50만 달러를 나눠 투자하고 있다.

◆1년만에 몸값 2만3650% 뛰기도=요즘 가장 뜨고 있는 스팩 기업은 에어택시 개발사인 아처항공이다. 미 억만장자 투자자 켄 모엘리스가 지원하는 스팩과의 합병으로 38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 회사는 최근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거래되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했다. 지난해 4월 시드펀딩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1600만달러로 평가된 것을 감안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몸값이 2만3650% 급등한 것이다.


아처항공은 오는 2026년까지 500대의 에어택시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수송 실적은 제로다. 스팩과의 합병 이전 자금난에 시달리던 아처항공으로부터 투자 자문을 받은 담당자는 "그들이 작년 자금 조달을 위해 우리를 찾았을 때 우리는 회의도 하지 않고 투자 요청을 거절했다"며 "그가 제안한 사업계획서는 비즈니스가 아닌 과학프로젝트에 가까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실체'는 없고 '컨셉'만…SEC 규제 강화=아처항공 외에도 ‘컨셉’만 있고 ‘실체’는 없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스팩을 통한 증시 데뷔를 추진하면서 거품 경고가 커지고 있다. 재무평가에 기반한 정상적인 기업공개(IPO)와 달리 스팩은 오로지 기대감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몸값이 실제보다 상당히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 수익’이 아닌 ‘컨셉’에 베팅하는 것이 스팩 투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다. 베인앤코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스팩과의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 중 60%가 합병 후 주가가 S&P500 지수를 밑돌았고, 올 1월 기준 40%가 S&P500 지수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팩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스팩의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한 SEC는 스팩 규제 관련 새로운 지침을 마련중에 있다. SEC 관계자는 "스팩의 볼륨 증가는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스팩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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