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시장조성기능과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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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산처럼 주식도 매수자와 매도자가 있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매수나 매도측 주문이 없거나 있더라도 거래조건이 상이하면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 가령 매수와 매도주문은 있지만 호가가 서로 현저하게 다르면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이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거래부족으로 가격 연속성은 훼손되고 주가변동성 증가와 함께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가격발견기능이 정지된다. 즉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특히 유동성이 낮은 소형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시장에서 위험으로 인식돼 주가를 낮추곤 한다.


만약 여기에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적정 수준의 호가와 주문량을 항상 제공하면 거래의 연속성과 함께 가격발견기능이 작동돼 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이런 행위를 ‘시장조성’이라 하며 이를 제공하는 존재를 ‘시장조성자’라 부른다. 시장조성자는 세계 여러 증시에서 유동성 제공자로서 중요 역할을 수행한다. 예컨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전통적으로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시장조성자를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현재는 기능과 수가 축소됐으나 지정시장조성자(DMM)가 동일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시장조성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가 뜸한 종목일수록 시장조성자가 있어 거래가 촉진되고 유동성이 개선되며 주가의 연속성이 향상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의 항시성이 보장돼 거래가 용이해지고 거래비용이 절감된다.

시장조성 서비스가 무료는 아니다. 거래를 통한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시장조성자의 잠재적 이익인데, 시장조성자는 주가와 재고상황이 불리하게 변함으로써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에 상시 노출되기도 한다. 때문에 각국 거래소는 증권거래세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이슈가 되고 있다. 당국이 시장조성 관련 증권거래세 면세 대상에서 대형주 또는 유동성 상위 종목을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즉 이 증권거래세 면세 혜택을 저유동성 종목에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조성 활동이 보다 필요한 종목은 주문이 상대적으로 적게 몰리는 저유동성 종목이다. 그런데 유동성이 낮을 수록 변동성이 커 시장조성자는 주가변동과 재고불균형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저유동성 종목에서 손실이 계속된다면 시장조성자는그 종목에 대해 시장조성 활동을 할 유인을 잃게 된다. 카오(Cao)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NYSE의 스페셜리스트는 시장조성 활동 중 고유동성 종목에서 얻은 이익으로 저유동성 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당국의 면세대상 축소방침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만약 증권거래세 면세 대상종목이 대폭 축소돼 시장조성자가 고유동성 종목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크게 줄면 그간 손실을 입던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시장조성 활동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이 종목들은 유동성이 저하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주가효율성의 감소를 불러 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되고 더 높은 거래비용을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당국에서는 세수증대를 예상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시장조성 활동이 침체되고 시장 전체 유동성이 감소하면 기대만큼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할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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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교수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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