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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임신한 사기꾼" 저출산 극복, 갈길 먼 직장문화

최종수정 2021.03.02 14:01 기사입력 2021.03.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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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결혼·출산·육아휴직로 여전히 불이익
합계출산율 0.84명…OECD 국가 중 꼴찌
전문가 "저출산 정책, 현상 진단부터 철저히 해야"

최근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갑질을 겪는 직장인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갑질을 겪는 직장인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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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직장에서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당하는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음에도 임신·출산·육아 등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현상 진단과 정책 방향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일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직장인 A씨는 임신 사실을 알린 후 병원장으로부터 퇴사를 종용당하고 회사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등 갑질을 당했다.


또 병원장은 다른 직원들에게 A씨에 대해 "입사할 때는 임신 계획이 없다고 하더니, 몰래 임신한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등 A 씨를 공개적으로 비하했다. 병원장의 갑질로 인해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 시달리다 결국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임신으로 출산휴가를 논의하던 중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직장인 B씨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해고해 놓고, 내가 일한 부서의 구인 공고를 올렸다"면서 "사실상 출산휴가를 주지 않기 위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최근 A씨와 B씨처럼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임산부가 난임으로 6년 만에 아이를 가졌으나 임신 사실을 알린 후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겪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19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5~54세 대한민국 미혼·기혼 여성 6020명 중 35%는 결혼, 임신·출산, 양육, 가족돌봄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직장으로 복귀한 비중은 43.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까지는 평균 7.8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 활성화는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휴직 신청 시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실제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30만명대가 처음으로 붕괴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30만명대가 처음으로 붕괴됐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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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보다 3만300명 감소, 처음으로 30만명대가 붕괴됐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3명)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인 37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도 못 미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직장인 김 모(31) 씨는 "아이를 낳으라곤 하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면서 "지금 버는 돈으로도 물가와 세금을 감당하기 힘든데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지게 될 것 아닌가. 거기에 아이라도 낳으면 집도 마련해야 하고, 양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22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약 37조6000억원이 저출산 예산으로 쓰였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 항목엔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 아동과 다문화·탈북학생 교육 지원, 각종 문화 정책지원 등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항목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여성들의 출산을 장려하고 있으나 실제 정부의 정책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현상 진단과 정책 방향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석환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는 직업 안정성, 부동산 문제, 양육비 문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등 사회를 이루는 전반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한 가지 원인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하면 급여에 얼마를 지급해야 하고, 업무 공백이 생겨 그 부분을 새로운 사람으로 메꿔야 하는 등 시간, 절차,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윤추구가 핵심인 기업은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것은 기업들에도 법률로 강제하기 어려운 문제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도 쉽지 않고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저출산 정책으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으나 사실상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어긋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기 보단 문제에 대한 진단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해외사례, 서류, 통계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문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해야 수용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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