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학폭' 쌍둥이 자매 중징계 결정…"영구 퇴출해야" 시민들 '분통'
"사안 심각성 고려…향후 국가대표 선발서도 검증할 것"
전국 초중고 학생 중 30.4%, 학폭 경험
경험자 가운데 79% 피해 사실 신고 안해
배구협회 측 "협회 등록된 전체 대상 전수조사 예정"
학교 폭력(학폭)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됐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대한민국배구협회(배구협회)가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불거진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26·흥국생명) 자매에 대해 무기한 국가대표 선발 제외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협회 측은 유사한 사건이 많은 스포츠계 학폭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쌍둥이 자매가 저지른 끔찍한 학폭 가해 사실에 비해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아예 이들에 대해 선수 퇴출, 영구 제명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학폭이라는 잔혹한 폭행을 해당 선수들이 저지른 사회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학폭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체·언어 폭력 등 학폭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학폭 사건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학폭에 가담한 운동 선수를 영구퇴출해 유사 사건 재발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배구협회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문체육, 생활체육 및 국가대표 운영 단체로서 이번 학교폭력 사태로 인해 많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도쿄올림픽을 포함한 향후 모든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수선발에서 무기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국가대표 지도자 및 선수 선발 때 학교폭력 여부 등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했는지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국가대표 선수선발 무기한 제외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배구협회 사무처장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강력한 징계가 있어야 향후에는 학폭이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누리꾼 A 씨가 과거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두 자매는 지난 10일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며 "피해자 분들께서 양해해 주신다면 직접 찾아 뵙고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이같은 체육계 학폭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13일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로부터 과거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학폭 논란이 특정 스포츠계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지난 2018년 야구구단 '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됐던 투수 안우진은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간 자격정지를 받아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 당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9년 인권위가 초·중·고등학교 학생 선수 6만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체육계에는 학폭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인권위가 전국 5274개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4.7%(8440명)는 코치나 선배로부터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언이나 욕설 협박 등 언어 폭력을 당한 사례 또한 15.7%(9035명)에 이르렀다.
피해 학생 중 대다수는 보복이 두렵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신체 폭력을 당한 학생 중 79.6%(4898명)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보복이 두려워서'(24.5%), '대처 방법을 몰라서'(13%)인 경우를 꼽았다. 학폭을 당하더라도 주변에 이를 알리지 않고 참다가 폭력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폭 가해를 저지른 선수에 대해 스포츠계 영구퇴출 등 강력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대 직장인 A 씨는 "학창시절에 폭력을 당한 것도 서러운데, 이런 집요한 학폭 때문에 체육 유망주가 도중에 경력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거나 다름 없는데 그에 걸맞은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B(31) 씨는 "피해자는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인터넷에 폭로 글을 올리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떳떳하게 프로 운동선수로 활동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학폭에 가담한 선수는 영원히 체육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영구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 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이 사실이라면 배구연맹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영구제명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기 때문에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은 16일 오전 10시40분 기준 11만4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학폭에 가담한 운동선수에 대한 무기한 퇴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배구협회 측은 16일 협회에 등록된 선수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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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처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협회에 등록된 전체를 대상으로 과거, 또는 현재에 벌어진 폭력피해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스포츠위원회 규정에 의거해 경중을 살펴, 최대 영구제명까지 가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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