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징크스③] 대선 트랙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행정의 달인들'
국무총리 출신 정치인, 대선레이스 아픈 기억…정치 경력 풍부한 이낙연 대표, 정치 징크스 깨기 도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①'대선 점집' 단골손님 경기지사, 기묘한 '청와대 궁합'
② ‘국민검사’도 건너기 어려웠던 정치라는 망망대해
③ 대선 트랙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행정의 달인들’
국무총리는 '준비된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부 각 부처를 총괄하면서 국정을 두루 살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국무총리 출신에게는 ‘안정감’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정치인에게는 큰 자산이다. 역대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 대선후보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지닌 고건 전 총리가 있다. 고건 전 총리는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30%를 돌파할 정도로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유력 인사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내각을 몇 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인재가 넘쳐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도전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건 전 총리는 2007년 1월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며 모든 정치 활동을 접기로 했다. 그를 믿고 따를 준비가 돼 있던 지지자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선 불출마를 만류하는 지지자들의 격앙된 분위기 때문에 기자회견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유인물로 사퇴 입장을 대신 전해야 했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준비된 대통령에게도 청와대의 벽은 높았다. 국무총리 출신 다른 정치인들도 청와대 문턱 앞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했다.
정통 관료의 삶을 살았던 고건 전 총리와는 삶의 이력이 다르지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총리 출신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범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을 끝으로 현실 정치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최근 자서전 발표를 통해 정치적인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갈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총리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이해찬 전 대표도 대선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2007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한 채 뜻을 접어야 했다. 정치 이력이나 국정 경험 측면에서 이해찬 전 대표는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대선 도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대선 도전에 나섰다가 뜻을 접었던 총리 출신 정치인은 한 두 명이 아니다. 2022년 대선은 총리 출신 정치인에게 또 한 번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역대 총리들의 대선 흑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이낙연 대표의 장점은 안정감이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그는 호남이라는 지역적인 기반도 있다. 민주당 내부 조직 역시 경쟁 후보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파도를 넘어서려면 안정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대선 레이스에서 고전한 이유는 안정감의 역설 때문이다. 그에게 국정을 맡기면 무리 없이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의 약화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대선은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다.
총리 시절의 안정적인 국정 능력을 넘어설 미래 비전, 시대 정신을 선보여야 대선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해 총선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도 40%를 넘어선 경험이 있다. 당시 독주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대선을 1년 1개월 앞둔 현재 시점에서 그의 지지율은 3위로 처져 있다.
서둘러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더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그는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해 오는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는 정치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당 대표는 정치 현안과 정책에 있어 개인적인 소신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다.
청와대와 여당 내부의 소통을 토대로 정제된 언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정치적인 중압감을 내려놓은 뒤 자신의 정치를 펼칠 수 있다. 이는 정치인 이낙연에게 양날의 검이다.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몇 개월 간 이어질 정치적 승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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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정치지도자 이낙연의 역량을 드러낼 기회이다. 여당의 성적표에 따라 정치인 이낙연의 대선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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