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주린이의 퇴로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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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혹시 펀드 갖고 계세요?"


자본시장을 담당하게 된 10여일간 만나는 이들에게 물은 말이다. 펀드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수단이다. 적은 자금으로 원하는 투자처에 투자를 할 수 있고, 전문가에게 자금을 맡겨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투자가 대세인 요즘,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나 싶어 물었다. 답은 예상대로였다. 10명 중 한 두 명 정도가 수 년 전에 가입한 펀드를 기억해내는 정도였다.

펀드가 기억 저 편에 자리잡은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불완전 판매, 적정 펀드 부재 등 다양했다. 그런데 그 모든 이유의 중심에는 ‘저조한 수익’이 자리했다. 수익률이 예·적금 수준에 그치면서 차라리 내 손으로 ‘10만 전자’를 만들겠다거나, 애플카에 투자하겠다는 ‘개미(개인투자자)’로 변모한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이런 이들이 넘쳐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초보자)들이다. 천정부지 집값에 부동산 투자는 언감생심이라, 주식시장을 찾은 2030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한 자금을 과감하게 주식시장에 내던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형주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작스레 상장폐지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대형주라도 업황에 영향을 받는다. 호재와 악재가 있기 마련이고 주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대형주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연일 대형주의 흔들림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리포트들을 내고 있다. 상승장에 증시에 참가한 주린이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가 공모펀드 제도를 손 본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린이의 퇴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먼저 펀드 단위로 분기별 운용 성과에 따라 보수를 책정하는 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자산운용사는 수익을 낸 만큼 보수를 가져가라는 뜻이다. 또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로부터 직접 판매보수를 받도록 해, 투자자의 이익에 우선한 펀드를 추천하도록 했다.


그런데 핵심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펀드 수익률에 칼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돈은 모이지 않는다. 어떤 조치를 취하든 수익이 예적금 수준이라면 마음 편하게 은행을 찾아가는 편이 낫다. 업계에서는 같은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 투자 못하도록 한 펀드의 동일 종목 투자 규제를 완화하거나, 비과세 장기 펀드 정도는 나와 줘야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수 확보가 목전 과제인 정부가 귓등으로 넘겨서 그렇지, 업계에서 정부에 건의했던 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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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이 같은 주린이의 피난처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유동성으로 덩치를 키운 증시가 갑작스러운 긴축 정책으로 거꾸로 박힌 사례들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중국에서는 급작스러운 유동성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긴축의 시그널은 이미 시장에 제시된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위험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찾아 온다"고 했다. 우산은 비가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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