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환영' 이탈리아 주식·채권 시장 동반 강세
MIB지수 2.1% 급등…10년물 국채 금리 0.6%포인트 하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탈리아 주식·채권 시장이 3일(현지시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총리를 맡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밀라노 주식시장의 FTSE MIB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1% 급등한 2만2527.90으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0.14% 하락), 독일(0.71% 상승), 프랑스(보합) 등 다른 유럽 증시에 비해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이탈리아 채권도 강세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06%포인트 하락한 0.59%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는 올랐고 독일 국채와 이탈리아 국채의 금리차(스프레드)는 5년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좁혀진 금리차만큼 이탈리아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의 등장에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반긴 셈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연정 구성 권한을 위임받았다. 드라기는 향후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연정 구성 협상을 진행한다. 연정 구성에 합의할 경우 드라기는 총리에 추대된다.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이끌던 연정은 지난달 붕괴됐다. 콘테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사임했다. 그가 이끌던 연정은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지원한 2000억유로 규모의 긴급 지원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를 두고 이견을 빚었다. 연정 내 3당이었던 '생동하는 이탈리아'당이 연정 이탈을 선언하면서 연정이 무너졌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50%를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드라기는 2012년 유로존 부채위기 당시 ECB 수장이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 대응용 지원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4월까지 ECB에 자금 사용 계획을 알려야야 한다.
드라기가 ECB 총재를 8년이나 지낸만큼 향후 이탈리아 연정이 ECB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티그룹의 아주라 겔피 애널리스트는 "드라기는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라며 "금융위기 상황 관리 능력도 증명했고 이탈리아와 은행 부문에 대한 주요 이슈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가 연정 구성 협상에 실패할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기존 연정 최대 계파이자 현재 상·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보유 중인 오성운동은 드라기의 총재 취임을 반대하고 있다. 야당 중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극우 정당 동맹(Lega)은 여론조사 우위를 바탕으로 아예 조기총선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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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데아 자산운용의 세바스티안 갈리 투자전략가는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조기총선 요구가 대두될 것"이라며 "아직은 가능성이 낮지만 예측하기 힘든 이탈리아 정치 특징을 생각하면 총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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