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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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어쨌든 그 궁극적인 변화 방향은 평화통일이어야 한다. 남북한 모두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 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남한 헌법 제4조·북한 헌법 제9조).


그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엇갈린다. 남한은 1994년 광복절에 발표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서 ‘화해·협력→남북연합(2체제 2정부)→통일국가(1체제 1정부)’의 단계적·점진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2000년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제시한 북한의 실천 방안은 알려진 게 없다(그래서 무력통일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평화통일과 재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재정이 떠받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맞는 통일은 남과 북 모두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할 수 있다.


남한은 1단계인 화해·협력 비용을 대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 과정에서 소요될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답안지는 아직 빈칸이다(북한도 마찬가지다).

이 지점에서 남과 북의 재정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보자. 사실 남북연합이나 통일국가가 주는 혜택은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누리게 되므로 통일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남북 모두 갹출해 공평하게 분담토록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통일에 부정적인 남한 젊은 층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은 물론 북한의 ‘흡수통일’ 우려도 덜 수 있다.


독일(당시 서독)도 분단 시절 준조세인 보충부담금을 통해 통일 여건을 마련했고, 통일 이후에는 동서독 모든 납세자의 소득세나 법인세에 5.5%를 추가하는 ‘연대부가세’를 신설해 통일비용을 조달했다.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 재정 건전화 방안을, 통일국가 단계에서는 독일의 연대부가세 방안을 모델로 한 ‘통일세(가칭)’ 신설을 고려하자. 북한에 무슨 돈이 있냐고? 수천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지하자원이 있다. 통일세는 각각 비교우위에 있는 소득(남한)과 지하자원(북한)을 과세 대상으로 삼아 공평하게 부과하고,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세율 구조를 갖추면 된다.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가면 상당한 수술비(통일비용)가 든다고 치료를 포기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치료 후 아이가 부모에게 줄 행복(통일편익)은 수술비의 몇천 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세금은 항쟁, 혁명을 일으키는 촉매가 되고 인권을 신장시키거나 새로운 국가가 탄생케 했다.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한국 동학농민운동이 그런 사례다. 통일세는 남북 평화통일의 밀알이 될 수 있다.


강대국의 통일 훼방 수작을 꿰뚫고 민족의 혈로를 찾을 수 있도록 남과 북이, 뱀 같은 지혜로움과 비둘기 같은 순결함으로 무장하여, 구체적 통일 방안과 합리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면, 바이든 미 정부와 국제사회도 수긍하고 이에 동참할 것이다.


땅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는 얼어붙어 끝에 다다르고 있는 남북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통일세는 본질상 남북 구성원의 재산 증감과 관련된 민감한 주제라서 그 시작을 견인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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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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