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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시심비(時心比) - 시간대비 만족과 효율

최종수정 2021.01.28 15:15 기사입력 2021.01.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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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비(時心比)는 시간 대비 만족과 효율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뜻하는 말로 MZ세대의 콘텐츠 소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시심비(時心比)는 시간 대비 만족과 효율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뜻하는 말로 MZ세대의 콘텐츠 소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이 돈임을 명심하라”고 당대의 청년들에게 충고했다. 그는 매일 노동으로 10실링을 벌 수 있는 자가 한나절을 산책하거나 방에서 빈둥거렸다면, 그가 빈둥거리며 겨우 6펜스를 지출했다 해도 여기에 시간을 낭비해 5실링을 더 내다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희(주자) 역시 한시 ‘우성(偶成)’에서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고 강조했다. 시간을 자본이자 가치로 여겨 최고로 활용한 명사는 많았지만, 그 중 러시아의 곤충분류학자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세프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로 불렸다. 그는 26세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이 쓴 시간을 분석하며 보내기로 결심했다. 식사 자리에서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까지도 시간을 체크했다는 류비세프는 평생 70여 권의 저서와 1만2500장에 달하는 연구자료를 남겼다. 그렇다고 잠을 줄인 것도 아니었다. 하루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1년에 9000쪽에 달하는 소설책을 읽은 그는 강의나 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일을 시작하기 전 남는 자투리 시간을 1초도 버리지 않고 활용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시간통계는 그로 하여금 사용 시간의 질을 높여준 동시에 종내에는 시계가 필요 없을 만큼 생체 리듬만으로도 정확한 시간 계산이 가능케 했다고 전한다.


시심비(時心比)는 시간 대비 만족과 효율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뜻하는 말로 MZ세대의 콘텐츠 소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의 인기 영상들은 대부분 5~10분 내외로 짧은 시간 안에 재미와 의미를 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긴 영화 대신 10분 남짓의 리뷰어의 요약 영상을 보는 것은 일상이며, 한 권의 책보다 10~20분 내로 읽을 수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의 인기가 더 높다. 1020세대에게 돈보다 시간이 가치 우위에 선 시심비의 배경에는 치열한 입시와 취업 경쟁 속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경험과 스펙을 쌓아야 하는 청년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드리워져 있다.

용례
A: 너 전에 영화 ‘화양연화’ 아직 못 봤다 그랬지?
B: 응. 좀처럼 기회가 안 생기네. 갑자기 왜?
A: 이번에 재개봉했더라고. 내일 점심 먹고 보러 갈래?
B: 아, 미안. 요새 영어 회화 강좌 끊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러닝타임도 거의 100분이지? 진짜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지경이야.
A: 시심비도 좋은데 영화 한 편, 책 한 권 볼 시간이 없는 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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