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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이 먼저 코로나 백신 맞는다고?"[특파원 다이어리]

최종수정 2021.01.18 05:30 기사입력 2021.01.1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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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지연 중 비흡연 주민들 불만 폭발
뉴저지주, 16~64세 흡연자에 백신 우선 접종권 부여
암, 당뇨병, 만성 폐·신장잘환자와 동등 순위
교사, 대중교통 운전자 등 필수 업종 종사자에도 우선
당국 "흡연자는 잠재 위험 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 결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16세~64세 사이의 암,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만성 폐 질환자와 함께 흡연자들을 기저질환자로 분류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백신 접종이 허용된 나이가 16세인 것을 고려하면 흡연자들은 모두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인 셈이다.

이를 두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0만명에 이르는 뉴저지주의 흡연자들이 접종 우선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뉴저지주의 인구는 800만명이니 인구의 1/4이 비흡연자에 비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의료기관 종사자, 경찰관, 소방관과 함께 흡연자가 먼저 백신을 맞는다는 의미이다. 흡연자들의 접종 순서는 교사, 시내버스 기사보다도 앞선다.


이번 조치는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을 기존 75세 이상과 의료진, 장기 요양시설 생활자에서 확대한 직후 결정됐다. CDC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을 위한 백신 비축을 중단하고 접종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서 하루 4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지연되는 상황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한 뉴저지 주민이 트위터를 통해 흡연자들이 교사들에 비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한 주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한 뉴저지 주민이 트위터를 통해 흡연자들이 교사들에 비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한 주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필수 시설로 분류되는 은행에 근무하는 한 뉴저지 주민은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필수 업종 근무자들과 비교해 흡연자들이 백신을 먼저 맞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재택근무가 가능한 흡연자들이 비흡연 필수 업종 근무자와 비교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분개했다.

교사들도 들고 일어섰다. 뉴저지주 교원노조는 "65세 미만의 교사와 교직원이 모두 예방 접종을 하기 전에 흡연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결정에 실망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흡연하다 금연을 한 이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신의 건강과 공중 보건을 위해 금연을 하라고 권하더니 접종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는 불만이다.


한 천식 환자는 "3년째 천식을 앓고 있는데도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흡연자에게 빼앗겼다. 이게 공정한가"라고 주장했다. CDC는 흡연이 질병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천식은 질병 위험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천식보다 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평가다.


교민 사회의 불만도 감지된다. 한 교민은 "금연을 했는데 흡연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워야겠다"고 언급했다. 비흡연자라는 어떤 교민은 "니코틴 패치라도 붙여야 하나"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뉴저지주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흡연을 고려해보겠다는 이가 생겨나고 있다.

뉴저지주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흡연을 고려해보겠다는 이가 생겨나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뉴저지주 보건 당국은 흡연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위험하므로 초기 백신 접종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부 측은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고 가장 위험이 큰 그룹의 예방 접종을 촉진하는 것이다. 흡연은 뉴저지는 물론 미국 전체에서 예방할 수 있는 주요 사망 원인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의료진들은 주 정부의 입장에 서고 있다. 뉴저지주에 위치한 로완대학교 의대 젠 코들 교수는 "흡연은 면역 체계를 약화하고 특정 질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감소시킨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케네디 잰티 뉴저지주 의사협회장도 "흡연자들에게 백신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주 정부 입장에서는 치명률을 낮춰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공급과 접종 속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뉴저지주에서 백신을 접종한 이는 28만8000명에 그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에도 못 미친다. 뉴저지주가 확보한 백신 수도 73만1000회분뿐이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누적 코로나19 감염자수는 62만명, 사망자는 2만453명이다. 최근에는 하루 6000~7000명이 신규 감염 중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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