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대상 법관 공판·소송 지휘 엇갈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 사건 때문에 휴정기인데도 기일 잡았는데…."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505호 법정. 신문이 예정된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판사가 이같이 운을 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항소심 속행공판이었다. 담당 재판부인 이 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구자헌)는 당초 이날 신문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씨 측에서 증인 신청을 철회하지 않자 오는 15일 기일을 한 번 더 속행하기로 했다. 재판장인 구 부장판사는 "재판부 인사이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기일에도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종결하겠다"고 했다.

내달 초로 예정된 정기 법관 인사를 앞두고 주요 사건 재판부의 공판·소송 지휘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인사이동 전 사건을 매듭짓고자 휴정기에도 기일을 여는 재판부가 있는 반면 새로 부임할 법관들에게 바톤을 넘기려는 재판부도 보인다. 인사까지 1달여 남은 점을 감안해 심리 속도 조절에 나선 재판부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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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전에 끝내야

조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1부는 인사이동 전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재판부로 꼽힌다. 전날 조씨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심문기일을 한 번 더 열기로 했지만, 다음 기일인 15일 결심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결심 공판 이후 선고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다만 재판부가 이달 내 선고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결문을 쓰기 시작한 상태라면 선고공판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1달 이내 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도 비슷한 상황이다. 오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서를 반려해야 재판 종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처리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이동 대상자로 분류된다.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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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재판부가 심리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지난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이달로 연기했다. 이달 들어서는 25일로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을 재차 추정으로 변경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인사를 의식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근무기한 3년을 채워 이번 인사에서 이동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일가비리ㆍ감찰무마 의혹 사건도 맡고 있다.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일가비리 부분에 대한 심리 속도를 조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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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징계취소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재판장인 홍순욱 부장판사도 근무 3년차로 인사이동 대상이다. 지난달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인 징계취소소송까지 결론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안소송의 첫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휴정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인사 등을 고려해 재판 일정이 공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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