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美갈등 샌드위치 아니라 가교역할…3국 대화채널 주도"
<신년 인터뷰>자칭궈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교수, "한국 미국과 안보, 중국과는 경제 파트너"
북미 고위층 대화 당분간 어려워…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6자회담 필요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차관급)을 역임한 자칭궈(賈慶國ㆍ65)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내 국제관계 및 한반도 문제 권위자다.
지난 2017년 3월 정협에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중국에도 피해를 주는 일이며 오히려 다른 국가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소신 있는 발언으로 유명한 중국 석학이기도 하다.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2011년 부통령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비공개를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학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칭궈(賈慶國ㆍ65)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ㆍ미 갈등 해소에 양국의 이해도가 높은 한국이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한ㆍ중ㆍ미 3국의 대화채널 구축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북핵 등 북ㆍ미 관계에 대해선 양국 고위층 간 대화는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사진=조영신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대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미ㆍ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ㆍ미 갈등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며 자칫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미국을 선택할 경우 한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자 교수 발언의 취지는 한국의 역할론이다. 중ㆍ미 갈등 해소에 양국의 이해도가 높은 한국이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 교수로부터 미ㆍ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ㆍ중 관계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주의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고의적으로 불확실성을 조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바이든 당선자는 중ㆍ미간 대화 재개를 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바이든 당선자는 무역전쟁을 재개하면 안된다. 물론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곧바로 철회하진 않을 것이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 미ㆍ중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 2가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우선 중ㆍ미 사이에서 선별적, 선택적 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안된다는 소리다. 만약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안보 파트너이고, 중국은 경제 파트너다. 속된 말로 양쪽 모두에 미운 털이 박혀선 안된다.
또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가다. 따라서 한국은 중ㆍ미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한국이 한ㆍ중ㆍ미 3국의 대화채널 구축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북ㆍ미 관계와 북핵 문제다.
▲북한과 미국 모두 문제 해결을 원한다. 따라서 실무진 대화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고위층 대화는 단기간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 북 핵 제거 방식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북한도 핵 제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이 안정되면 한미 군사훈련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 재개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6자 회담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재개된다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큰 역할을 못했는데 북한과 미국 모두 6자 회담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6자 회담 재개가 북핵 관리 및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 당사국의 이익과 이견을 적극 조율할 수 있는 국가다. 6자 회담이 재개된다면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 한반도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앞에서 미ㆍ중 무역전쟁에 대해 언급했다. 미ㆍ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입장은.
▲작년 초에 체결된 1단계 중ㆍ미 무역합의는 중국 입장에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나쁜 점은 미국산 제품 구매를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불합리하다.
좋은 점은 자의든 타의든 지적재산권 보호와 시장 개방 확대 등 중국 경제에 필요한 개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경제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도 같은 맥락이다. 회원국에 더 많은 시장이 열리고, 경제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 중ㆍ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 포스트 코로나시대 글로벌 역학 관계는.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여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겨울이 왔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하다.
다만 현시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면,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잘 대응해 2020년 1∼2%의 경제성장을 할 것이다. 오는 2028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선다면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국가간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이 잘 되면 협력이라는 어젠다가 조성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미국의 국력이 다방면으로 쓰일 것이다.
- 미국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민주주의 체제 문제에 대한 입장은.
▲서구 진영에선 중국을 '일당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에는 8개의 분파가 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제도가 다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부와 자원의 분배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가다.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이의 이익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중국 체제의 장점은 단기간 내 성공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대혁명(문혁)이다. 지도자가 바뀌지 않아 문혁이 10년이나 지속됐다. 중국의 체제가 모두 옳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체제는 없다. 시대에 맞게 각자 단점을 보완하며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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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약력
중국 허난성 출생, 중국 베이징외국어대학 영어 전공, 미국 코넬대 정부학 석ㆍ박사, 호주 시드니대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차관급),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및 원장, 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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