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몹시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일 때 흔히 '위기일발(危機一髮)'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머리털 하나로 묶인 물건을 들어 올리듯,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한 위험한 순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또 위기 상황을 강조하는 말로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cles)'이 있다. 기원전 4세기께 시칠리아 시라쿠사를 다스리던 디오니시오스 왕은 다모클레스라는 신하가 왕의 지위와 권력을 부러워하자 잠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볼 수 있도록 했다. 우쭐했던 다모클레스는 문득 올려다 본 천장에서 말총 한 올에 매달린 검을 발견하고 섬뜩해지고 말았다. 단지 위험한 상황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는 늘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2008년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인 '다모클레스'를 개발해 국가 금융위기를 미리 감지해 왔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재벌 총수들은 물론,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 가운데 인용된 사자성어 등 키워드에 유독 관심이 가게 된다. 국내 경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이를 돌파해나갈 올 한 해의 경영전략과 포부를 엿볼 수 있어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의 경영전략 키워드로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의 '파부침주(破釜沈舟)'를 내세웠다. 전쟁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하는 장수의 의지를 비유한 표현이다. 두려움 없이 새로움에 맞서며 혁신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는다는 뜻의 용비어천가 2장 '근고지영(根固枝榮)'과 군대는 물과 같이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의 손자병법 6편 '병형상수(兵形象水)'를 인용했다.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시대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자는 각오이자 당부로 해석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자세를 강조했다. '변화의 쓰나미'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보다는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본립도생(本立道生)'과 '경사이신(敬事而信)'을 인용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에는 사자성어 대신 위기를 강조하며 ’혁신과 효율성 기반, 그룹 경쟁력 강화’라는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6대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이처럼 금융권 수장이 내놓은 올해 내놓은 사자성어를 보면 변화와 혁신, 화합과 위기 극복이 주된 경영 화두로 모아진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위기' 인식과 이를 반드시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돌파'의 각오가 내비친다.
'하얀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 소의 걸음이 느리지만 한 걸음씩 쉬지 않고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뜻의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널리 인용된다. 지난해까지 NH농협금융 회장이었던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도 현재 은행권이 처한 현실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갈 길은 먼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규정하며 우보만리의 자세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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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다. 백신은 나왔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 지도 미지수다. 다만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 두 단어가 합해 이뤄진 단어라고 한다. 어떤 위기도 그 위험 속에는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깃들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처럼 올해는 신년사 안의 좋은 내용들만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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