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원행정처, '출생신고 제도 개선 방안' 연구 착수… '보편적 출생신고제' 분석

영아 '유기·방임' 막는다… 대법, 출생신고 의무 확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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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대법원이 현재 부모에게만 맡겨진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 등에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들이 유기·방임되거나 사망해도 기록이 없어 사후에나 확인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관련 법 개정에 대한 요구는 수년간 지속됐지만 최근에도 전남 여수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 사체가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아동 출생시 신고 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 필요성 등 현 출생신고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골자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는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 신고는 부 또는 모',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도록 돼 있다. 신고를 해야 할 부모가 신고를 할 수 없거나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부모 외 다른 사람이 신고할 수 있지만 이는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이 발견된 상황에만 적용된다.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필수 예방접종은 물론 영유아 검진이나 아동수당과 같은 국가 지원 시스템을 받지 못한다. 단순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원이 아닌 국가의 보호 체계에서도 벗어난다.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다보니 필수 예방접종 등을 통해 아동의 유기·방임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최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아기 사체 유기 사건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년간 냉장고에서 유기된 아기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쌍둥이 중 한 명으로 출생과 동시에 신고가 이뤄졌다면 국가 지원 시스템을 장기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관이 조사 대상에 올렸을 수도 있다.


이에 대법원은 현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점부터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 외 의료기관 등에 출생사실 통보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의 실효성도 논의 대상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장관과 대법원장에게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권고한 과정도 다시 살피기로 했다. 당시 인권위는 "아동의 존재가 공적으로 인지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 또는 주변사람들에 의한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보다 심각한 범죄의 피해를 입더라도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외에 국가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외 사례도 점검한다. 해당 국가의 출생신고와 관련한 제도의 변화 과정 및 각 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와 캐나다의 경우 병원 등 아동이 출생한 기관에 대해 출생에 관한 정보를 기록한 출생증명서를 지역신분등록 담당관에게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 역시 병원에서 아동이 태어나면 병원의 등록 시스템을 통해 해당 아동에 대한 의료보장번호가 발급됨으로써 국가가 먼저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수차례 논의된 바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제'의 적용 가능성도 분석한다. 출생한 아이들에 대해 국가가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 역시 지난해 5월 병원 등 의료기관이 국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의 신속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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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원까지 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 될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며 "(현 출생신고제의) 사회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개정 요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만큼 대법원 등 관련 기관의 연구 자료 및 권고안 등을 바탕으로 이제는 입법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차례"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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