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CEO 신년사로 본 올해 기업 경영 화두 '미래'와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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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차민영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이 올해 경영 화두로 '미래'와 '고객'을 내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겪는 가운데서도 신사업 추진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한편 다가온 비대면(언택트) 사회를 맞아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자는 총수의 주문이 쏟아졌다. 재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신축년 새해를 맞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라는 취지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예년과 다른 코로나19 국면에서 오프라인 시무식을 연 곳은 없었다.

회장 승진 후 첫 신년사를 내놓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를 '고객, 인류, 미래, 나눔' 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원년으로 선포했다. 정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쉽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 바라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고객을 세밀히 이해하고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전 세계 LG 구성원 25만여명에게 디지털 영상을 보내 "오늘은 LG의 고객 가치를 어떻게 한 단계 더 높일 지, 우리의 실천에 무엇을 더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더욱 개인화되고 소비 패턴도 훨씬 빠르게 변하면서 고객 안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는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 속 열망을 찾아, 이것을 현실로 만들어 고객 감동을 키워갈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온라인 시무식을 열고 "'도전과 혁신'이 살아 숨 쉬는 창조적 기업으로 변모해 혁신의 리더십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업계의 판도를 주도해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매년 초 현장 경영으로 새해를 맞는 만큼 오후께 평택 사업장을 찾을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 신년 인사를 보내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CEO가 신년사를 통해 구성원에게 주문한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 속 도전 기회 발굴 ▲미래 신사업 리더십 확보 ▲고객 가치 제고 ▲디지털 전환 혁신 ▲ESG 경영이었다.


위기와 기회 공존…코로나 딛고 미래로

주요 그룹 총수와 CEO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위기'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위기 속에 기회가 반드시 공존한다는 데 공감했다. 각 기업마다 차세대 신성장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미래 10년을 내다 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해 전체 30%에 달하는 부실 점포 정리와 구조조정을 이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신 회장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경기 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 주변 위험 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달라"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를 '위기를 넘어 미래를 준비한다'로 정하고 실력 향상, 변화 흐름을 읽는 기술력, 계열사별 책임경영 등 3가지를 주문했다.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은 김준 총괄사장의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치명적 생존 위협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 기업으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설정했다"면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로 '새로운(New) SK이노베이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올해의 핵심 목표 4가지로 ▲불확실성 대비와 미래선도형 신사업 추진을 위한 현금 창출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성장사업 가시적 성과 도출 ▲해외법인들의 독자적 사업역량 확보 ▲디지털 전환 활동 등을 통한 운영체계 전환 가속화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기본으로 돌아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LS의 미래가 확보됨은 물론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대 현안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의미와 당위성, 이를 위한 임직원의 이해와 공감을 당부하는 데 공을 들였다. 조 회장은 "양사의 통합은 두 회사가 단순히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있는 양사 임직원에게 주어진 운명, 시대적 사명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팬덤 없이 회사 없다…新화두 ESG·디지털 전환 가속도

소비재를 다루는 기업에서는 '고객 가치'가 매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단골 등장한다.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고객 가치론 설파에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와 LG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실천에 대한 경영 철학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데 이어 올해에는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고객 감동을 완성하기 위한 집요함'을 강조하면서 LG만의 팬덤을 형성할 것을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지난해에 이어 고객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우리에게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며 "고객의 바뀌는 요구에 광적인 집중을 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한 발 더 나아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대담한 사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오직 고객의 선택만이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철저히 '고객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을 강조한 곳도 많아졌다.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훌륭한 기업이란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 해결을 기업 경영의 핵심적인 목표와 가치로 삼는 기업"이라며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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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빨라진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도 커졌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와 친환경 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기존 핵심 사업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경영 구상을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며 "새로운 IT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 인재와 이를 위한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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