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노인복지 요람 장기요양기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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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염원한다. 그래서 예부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게 아닌가 한다. 인간의 5복 가운데 으뜸이 바로 장수인데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지만, 병치레하며 장수하는 것은 오히려 재앙이다.


최근 들어 치매에 걸린 노인과 중풍으로 고통 받는 노인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회변화로 인한 핵가족화와 가족 간의 줄어든 만남의 시간은 노인 우울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병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1위란 불명예를 얻은 배경이기도 하다.

고통 받고 있는 노인들과 그 가족들의 당면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탄생했다. 제도가 2008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 같은 경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마저 제한받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장기요양기관에 입소한 어르신과 가족 간의 면회마저 차단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된 실정이다.


장기요양기관 운영도 초기에는 시행착오의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3년마다 시행되고 있는 정기평가에서 2016년도와 2019년도 평가결과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2019년도는 2016년보다 상위 A, B등급 기관의 비율은 9.2%포인트 상승하고, 최하위등급인 E등급은 5%포인트 감소해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수준이 현격히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꾸준한 계도와 지도가 뒤따르면서 수급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자연히 노인들의 건강문제가 사회와 국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정도는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노인문제는 단순히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산술적 차원이 아니라, 파급효과가 큰 사회 현상의 하나로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복지차원을 넘어서 달려오는 기차나 쓰나미를 대하는 것처럼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앞서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장기요양기관의 수요에 얼마나 부응하고 서비스의 질을 얼마 만큼 높여 나가느냐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요인이 적지 않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지난 12년 동안 서비스 제공기관이 증가하고 수급자가 늘어났지만 서비스 공급의 99%를 민간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코로나19 국가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과 지역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듯이 장기요양도 마찬가지이다. 국ㆍ공립장기요양기관의 확충을 통해 공공서비스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ㆍ감독 강화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소기의 성과를 고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남다른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요구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임금인상과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이들의 자긍심을 고취 시킬 수 있는 전반적인 처우개선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체계 확립과 함께 돈벌이 수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요양기관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병고에 시달리고 고통 받고 있는 노인들이 큰 부담 없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장기요양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노인들의 복지문제는 장기요양기관의 개수와 질의 문제가 어떤 모양새로 변모하고 발전해 나가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노인들의 안녕이 달려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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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호선 전 대한노인회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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