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요양원·요양병원 확진자 계속 증가세
병상·돌봄인력 부족...확진자 잇따라 사망
전문가 "사회적 약자 피해 심각...정부 대책 세워야"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격리 중인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격리 중인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가운데, 요양병원·보육원 등 시설에서 확진자 발생 이후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돌봄 인력이 동반된 병상 확보가 어려워 이송이 지연되면서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시설 폐쇄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 상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입원해 있는 전국 요양병원에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각 시·도에 따르면 집단감염 발생으로 관리에 들어간 요양병원은 전국 1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설들에서 발생한 확진자만 1451명이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울산 남구 양지 요양병원에서만 지금까지 확진자가 243명 발생했으며, 서울 구로구 미소들 요양병원은 175명,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 요양병원은 166명이 확진됐다.

이외에도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요양원 등에서도 1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왔다.


권준욱 방대본 2부본부장은 "최근 요양병원과 요양원, 기타 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이 증가하면서 고령층 환자의 전체 규모 자체도 커지고 비율도 증가한 것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기저질환을 앓는 고령의 노인들은 전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숨지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숨졌거나 사후 확진된 사망자는 지난 28일 기준 모두 57명이다.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경우 이날까지 누적 사망자가 38명까지 달했다.


방역당국은 치료와 돌봄 인력이 동반된 병상 확보가 어려워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 부본부장은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그런(행정·의료) 체계 등에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방대본 역학조사팀이 동일집단 격리 조치를 결정한 뒤, 지자체가 해당 시설 내 감염 환자와 접촉자 환자, 일반 환자를 분리하고 환자들을 돌볼 의료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호트 격리되어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 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호트 격리되어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 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이렇다 보니 의료진이 확진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발생했다. 최근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간병인이 62명이 확진되기도 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현재 코호트 격리 중인 서울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현재까지 아무런 인력 지원이 없어 막막하다"며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 한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인력이 부족한 요양시설의 동일집단 격리는 사실상 해당 시설 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 전용 병원과 병상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기존 의료기관으로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확보해 대규모 임시 의료기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보육원 아이들이 보호자가 없어 이송이 늦어지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당 아동복지센터에서는 학생, 교사 등 13명이 감염됐다. 서둘러 병상으로 옮겨져야 했지만,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경우 병실에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이송이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 처치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관련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행정적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확진자가 폭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의료 시스템 위기가 현실화됐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더욱 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 정부에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거의 의료 방치 수준에 이르렀다"라고 지적했다.

AD

이어 "요양병원에서는 사실상 감염병 치료를 할 수 없다. 격리를 위해 수용만 가능할 뿐"이라며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병상, 의료인력 확보 등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